7월24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공개한 영상이 온 나라를 발칵 뒤집었다. 영상에는 스리랑카 출신 한 외국인노동자가 벽돌 화물 더미에 비닐 래핑으로 결박된 채 지게차에 매달려 있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지게차 운전자는 화물을 들어올리며 피해자를 괴롭혔고, 동료들은 웃으며 이 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있었다.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페이스북을 통해 진상규명을 지시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 영상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와 괴롭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데에는 외국인노동자 인권 문제에 대해 꾸준히 구조적 개선을 요구해온 지역 네트워크의 역할이 컸다. 손상용(51)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에 따르면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 경로는 다음과 같다. 한국어가 서툰 피해자가 수소문 끝에 대구 성서공단노조 스리랑카 커뮤니티와 연락이 닿았고, 괴롭힘 장면이 담긴 영상을 제보했다. 사건을 파악한 성서공단노조에서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에 피해자 지원을 요청했고,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곧장 영상 속 괴롭힘 문제에 대한 팩트체크를 진행하고, 피해자 지원 절차를 마련했다.
사건 제보를 받은 외국인노동자 커뮤니티, 지역을 넘나드는 연락을 통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국적인 네트워크, 그리고 지역에서 꾸준히 이주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지적해온 지역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건의 파장이 워낙 큰 탓에 폭로 일주일 만에 지자체와 주무 부처가 허겁지겁 설익은 대책과 지원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손상용 위원장은 오히려 이번 사건을 통해 행정관청 간 엇박자가 드러났다며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한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는 이제 필수적인 존재다. 이주노동자 없이는 산업도, 농촌도, 어촌도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다. 한국 사회는 고용허가제와 계절노동자 제도를 통해 지역사회를 지탱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손 위원장은 컨트롤타워 외에 각종 의제별 보완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고용·의료·주거·통역 문제 등 외국인노동자가 한국 사회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영상을 통한 충격 이면에 우리가 먼저 고쳐야 할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