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이재명 싱크탱크’··· 실제 영향력은?

권은혜 기자 TALK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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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5.01. 오전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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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대선후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정책 자문 조직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정책 조직이 그리는 미래가 차기 정부의 청사진이 될 수 있는 만큼 조직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책 자문 조직이 우후죽순 떠오르고 있다. 대선 캠프도 아닌 정책 조직이 주목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윤석열 파면 이후 치러지는 만큼,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당선 이튿날 취임식을 치른 직후 바로 업무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단계 없이 새 정부가 바로 출범하면, 대선에서 당선자를 도운 싱크탱크 소속 인사들이 곧장 정부 부처 요직에 임명돼 국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였던 바른정책연구원(BPI)과 국제전략연구원(GSI) 소속 인물들이 인수위를 거쳐 MB 정부의 요직을 맡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등에서 일했던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재명 전 대표의 정책 조직은 정치권에서 특히 관심을 받는다.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 전 대표의 ‘달라진 행보’를 뒷받침해야 하는 임무를 지녔기 때문이기도 하다. 2022년 대선 때 기본소득 등 분배 중심의 경제정책을 중시한 데 비해 최근 이 전 대표는 ‘성장’을 강조하고 “민주당이 중도 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라고 발언하는 등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의 정책 조직으로 크게 네 곳이 거론되어왔다. 당내 조직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산하의 민주연구원, 기본사회위원회,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등이다. 외곽 조직은 4월16일 출범한 ‘성장과 통합’이다.

성장과 통합



‘성장과 통합’은 최근 이재명 전 대표의 정책 조직 가운데 가장 화려하게 등장했다. 4월16일 ‘다시 빛나는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한 이 조직은 유종일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상임 공동대표를 맡았다. 34개 분과에 장병탁 서울대 교수, 하준경 한양대 교수, 주상영 건국대 교수, 강건작 전 육군 중장 등의 학자와 전직 관료, 전문가 등 500여 명이 모인 규모가 큰 단체이다. 단체는 2030년까지 ‘3% 잠재성장률, 세계 4대 수출강국,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는 ‘3·4·5 성장전략’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다. 출범 선언문에서 생산성 하락을 우려하며 AI 대전환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종일 ‘성장과 통합’ 상임 공동대표, 이한주 민주당 민주연구원 원장, 박주민 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왼쪽부터).


유종일 ‘성장과 통합’ 대표는 이재명 전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정책자문단에 참가했고, 이 전 대표와 함께 주빌리은행의 은행장을 공동으로 맡은 이력이 있다. 그는 최근 이 전 대표의 정책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4월16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시종일관 시장원리를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비판했다. 이 전 대표의 대표적 정책인 ‘기본소득’과 관련해서는 4월16일자 〈한겨레〉 기사에서 “재정 여건이라든지 기본 생활 보장하는 데 있어서 우선순위라든지 그런 걸 봤을 때 지금 우선적인 정책은 아닌 것 같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장과 통합’은 출범 직후부터 조직 내 심각한 갈등과 진통을 겪었다. 사전 선거운동 시비와 기부금 문제 등이 외부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당내에서도 공식적으로 검토되지 않은 정책들이 외부 조직인 ‘성장과 통합‘을 통해 마치 민주당, 또는 이 전 대표의 공약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따라 ‘성장과 통합’은 4월24일 첫 공개 일정이었던 인공지능(AI) 분야 심포지엄(4월28일)을 순연한다고 밝혔다. 4월25일 이재명 전 대표는 ‘성장과 통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제 싱크탱크라고 주장하는 곳이 하도 많아가지고 잘 모르겠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 민주연구원과 기본사회위원회



민주연구원은 이재명 전 대표의 40년 지기 멘토 이한주 가천대 석좌교수가 원장으로 있는 조직이다. 이 원장은 이 전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올해 3월, 이재명 전 대표가 서문을 쓰고 전문가 9인이 참여한 〈잘사니즘, 포용적 혁신 성장〉이라는 책을 냈다. 민주연구원은 이한주 원장과 ‘기본사회’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024년 11월과 올해 2월 사례집 〈기본사회 대전환, 지역부터 실천한다〉 1·2권을 펴내며 소득, 돌봄, 에너지, 교육, 주거, 일자리 등을 총망라한 기본사회 모델을 제시했다.

‘기본사회’ 시리즈는 더불어민주당 산하 기본사회위원회에서도 담당하고 있다. 기본사회위는 2023년 2월 1기 출범 후 2024년 8월 전당대회에서 ‘기본사회’를 당 강령 전문에 포함하기도 했다. 지난 3월12일 재출범한 기본사회위원회는 이재명 전 대표가 위원장으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수석부위원장으로, 강남훈 기본사회 이사장이 정책단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17명의 광역위원단장을 중심으로 지역위원회가 출범하고 있다. 기본사회 정책들을 구체화하고 입법 과제들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다만 이런 ‘기본사회’ 구상은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주요 정책 패키지보다 ‘먹사니즘’ ‘잘사니즘’이라는 다른 비전에 녹아들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후보는 1월23일 국회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본사회 및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재검토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지금은 경제 안정과 회복, 그리고 성장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전 정부가 벌려놓은 게 있어서 재정적인 뒷받침이 전혀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본사회 시리즈를) 밀 수 없다는 걸 이 전 대표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이언주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은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미래성장위)는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마련을 목표로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당내 공약 개발 조직 격인 미래성장위는 지난 4월9일, 대선을 앞두고 당내 의원들과 전직 관료, 전문가, 시민단체 인사들이 결합한 정책 조직으로 확대 개편했다. 소속된 인물로는 박종승 전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홍기원 의원과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문철우 성균관대 교수, 강청희 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장 등이다.

이언주 민주당 미래경제성장 전략위원회 위원장 (왼쪽)과 김민석 민주당 집권플랜본부 총괄본부장.


미래성장위는 1월16일 민주연구원과 함께 ‘트럼프 2.0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 2차전지 산업 간담회’를 개최하고, 4월10일 ‘미국 상호관세 대응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새로운 첨단 먹거리 산업 발굴과 관세 대응에 특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집권플랜본부(본부장 김민석 최고위원), 당 정책위원회(위원장 진성준 의원), 인재위원회(위원장 정성호 의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상임대표 강위원) 등 여러 당내 조직이 정책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이 정책 자문 조직들이 이재명 전 대표의 대통령 당선 시 차기 정부 인사에 얼마나 직접적 영향을 미칠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전 대표의 인선 스타일 때문이다. 이재명 전 대표 캠프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은 사람도 그룹도 아닌 제품만 보는 사람이다. 특정 정책 그룹을 선택하거나 따로 꾸리기보다 사안별로 직접 일 잘하는 사람을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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