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글을 되풀이하여 쓸 수밖에 [2024 올해의 사진]

조남진 기자
입력
수정 2024.12.31. 오전 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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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은 매년 국내외 다큐멘터리 작가, 그리고 소설가·시인 등과 협업해 ‘올해의 사진’ 송년호를 제작합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과 짧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글로 한해를 ‘소장’해 보세요.
2024년 6월24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시사IN 조남진


살 수 있었는데, 살릴 수 있었는데 가정하며 시작하는 글을 몇 번이나 더 써야 하는지 마음에 노을이 짙다. 2003년에 일어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로 자신이 아는 “시 가장 잘 쓰는 사람”을 잃은 한 시인은 그를 기억하기 위해 같은 글을 되풀이하여 쓸 수밖에, 앓을 수밖에 없노라고 고백한다. 나는 그 시를 매해 찾아 읽는다. ‘참사’라는 거대한 괄호에 포함된 사람을 누군가 여전히 기억 중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어서이다. 우리가 구할 수도 있었던, 구해야 했던 한 사람, 한 사람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보기 위해서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잊을 수 없고 또 잊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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