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대동맥류는 '뱃속의 시한폭탄'으로 통한다. 대동맥이 부풀어 오르다가 터질 수 있는 위험한 병이다. 환자는 평소 뚜렷한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끼며,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숨질 수 있다.
복부대동맥류 수술 후 혈관에서 피가 새는지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매우 얇고 유연한 센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양대 연구팀은 복부대동맥류 수술을 받은 환자의 혈관 안에서 피가 새는지 확인한 뒤 이 정보를 무선으로 스마트폰에 보내는 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센서는 혈관을 지지하는 금속망인 스텐트에 붙일 수 있다.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정예환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초박형 무선 센서는 카테터를 통해 혈관에 삽입되는 과정에서 손상 없이 작동할 만큼 튼튼하고 유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센서가 혈액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며,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기술은 영상 장비에 의존하던 추적관찰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혈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됐다.
복부대동맥류 환자는 스텐트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이후 혈액 누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혈관에서 피가 새면 동맥류가 다시 커지거나 파열 위험이 높아지므로 반드시 정기적으로 추적관찰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혈관조영술 등 영상 장비에 의존해야 했다. 또한 방사선 노출과 높은 비용 부담, 접근성 문제로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특히 고령자나 지방 거주자는 병원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이 센서는 기존의 수동적인 스텐트를 능동적인 모니터링 장치로 바꾸는 핵심 기술에 해당한다. 혈관에서 피가 새면 즉시 알아차려 경고 신호를 보낸다. 정 교수는 "이 센서는 스텐트의 일부로 작동하며, 수술 후 혈관 상태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센서 기술은 앞으로 말초혈관병 치료, 혈액투석 등 각종 의료 시술에도 응용될 수 있다. 예컨대 투석용 혈관에서 미세한 혈류 변화나 누출을 감지해 시술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원격의료 플랫폼과 연결돼, 환자의 스텐트가 스마트폰으로 몸 속 상태를 전송하고 이를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에는 한양대 의대 심장내과 임영효 교수팀도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A wireless, implantable sensor for continuous monitoring of blood leakage after endovascular aneurysm repair)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국내 복부대동맥류 환자, 10여 년 새 3배 급증…파열되면 사망률 35%로 치명적"
복부대동맥류 환자 수는 국내에서도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 환자 수는 2010년 4148명에서 2022년 1만3169명으로 약 3.2배로 증가했다. 특히 70대 이상의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고 있다. 같은 기간에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복부대동맥류 환자도 406명에서 1161명으로 약 2.9배로 늘었다.
복부대동맥류가 파열된 환자의 사망률은 약 35%로 치명적이다. 파열되지 않은 상태로 진단·치려받은 환자의 연간 사망률은 1.4%에서 0.7%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따라서 복부대동맥류는 조기 발견과 수술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매우 중요하다.
복부대동맥류의 원인은 노화, 동맥경화, 유전적 요인, 고혈압, 외상, 매독 결핵 감염 등 다양하다. 가장 큰 요인은 노화다. 나이가 들수록 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대동맥이 쉽게 늘어난다. 동맥경화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탄력이 떨어지고, 혈압이 높아지면 그 압력 때문에 혈관이 점점 더 부풀어오른다. 흡연은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이다. 담배 속 유해물질이 혈관 벽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킨다.
복부대동맥류는 대부분 평소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정기적인 검진이 매우 중요한 까닭이다. 복부 초음파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으니 고위험군은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65세 이상 남성, 흡연자,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한양대 연구팀의 초박형 센서 개발은 이런 위험을 줄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뱃속의 시한폭탄을 감지하는 스마트 센서이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복부대동맥류는 왜 '뱃속의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나요?
A1. 복부대동맥류는 대동맥이 부풀어 오르다가 갑자기 터질 수 있는 병입니다. 파열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지만, 대부분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뱃속의 시한폭탄'이라고 부릅니다.
Q2. 한양대가 개발한 복부대동맥류 수술 환자용 혈액 누출 센서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A2. 기존에는 CT나 MRI 같은 영상 장비로 정기적으로 혈관 상태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한양대 연구팀이 개발한 초박형 센서는 스텐트에 붙여 혈관에 삽입되며, 혈액 누출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스마트폰으로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전송합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혈관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 부담을 크게 줄여줍니다.
Q3. 복부대동맥류는 누가 특히 조심해야 하나요?
A3. 65세 이상 남성, 흡연자, 고혈압 환자,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복부대동맥류 고위험군입니다. 국내에서도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특히 70대 이상 남성에게 많이 발생합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복부 초음파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으니, 고위험군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