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금단 상태에서 '인큐버스 증후군(incubus syndrome)'이 발현된 드문 남성 환자 사례가 보고됐다. 인큐버스 증후군은 초자연적 존재로 인식되는 형상이 성적으로 접근해 온다고 믿는 망상·환각 현상으로, 주로 여성의 정신병적 질환에서 보고돼 왔다. 이번 증례는 남성에서 나타난 매우 희귀한 사례로 음주와 정신병리,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해당 사례는 인도 국립의과대 정신과 의료진이 온라인 의학저널 《중주신경계 질환 일차진료 참고저널(The Primary Care Companion for CNS Disorders)》에 발표했다.
신화에서 정신의학으로…'성적 공격' 환각을 유발하는 드문 증후군
'인큐버스(incubus)'는 잠든 여성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는 악마로 전해지는 존재로, 여성형은 '서큐버스(succubus)'라고 불린다. 과거에는 초자연적 현상으로 여겨졌으나,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파라솜니아(parasomnia, 사건수면) 또는 정신병적 장애의 한 양상으로 해석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큐버스 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임상 사례가 10건 미만으로, 주로 여성의 조현병 등 원발성 정신병적 질환에서 보고돼 왔다. 특히 남성의 사례는 더욱 드물며, 약물 사용이나 신경학적 요인과 연관된 경우가 보고돼 있다.
"밤마다 나타난 검은 옷의 여인 4명"
환자는 36세 남성으로, 3일간 지속된 지각 이상과 이상 감각, 불면을 호소하며 정신과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10대 시절부터 음주를 시작해 하루 500mL의 브랜디를 마셔왔으며, 최근 음주량을 줄이기 시작한 뒤 불안과 수면장애가 심해졌다고 가족은 전했다.
그는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검은 옷을 입은 여성 4명이 보내는 신호라고 해석했고, 스스로 만든 알파벳 차트를 통해 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믿었다. 밤에는 여성 형상들이 나타나 신체에 접촉하고 성적으로 접근했으며, 실제 오르가슴까지 경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존재들로부터 "우리가 너를 죽음의 자리로 데려가겠다"는 등의 불길하고 위협적인 말을 듣기 시작하면서 극심한 공포를 느꼈고, 병원을 찾게 됐다.
다감각적 환각과 체계화된 망상…"알코올 금단이 촉발 요인"
의료진에 따르면 환자는 시각, 청각, 촉각 등 여러 감각에 걸쳐 환각을 경험하고 있었다. 뇌 CT에서는 이상 소견이 없었으나 간 효소 수치가 경미하게 상승해 있었다. 환자는 명확한 의식과 지남력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경험한 일이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분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의료진은 증상의 발현 시기와 음주 이력, 금주 상황을 종합해 '알코올 유발성 정신병적 장애'로 진단했다. 이 질환은 과도한 음주나 금단 시기에 망상이나 환각이 나타나는 정신병적 상태로, 의식은 명료하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의식이 혼미해지는 '진전섬망'과 달리 혼미나 지남력 저하가 두드러지지 않으며, 수면 전후로만 나타나는 전형적인 파라솜니아와도 양상이 다르다.
치료 후 빠른 호전…"조기 인식이 중요"
치료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사용한 알코올 금단 증상 관리에 집중됐으며, 증상은 빠르게 사라졌다. 의료진은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지지적 상담과 가족 심리 교육도 병행했다.
의료진은 "물질 사용과 정신병리, 문화적 요인이 얽힌 드문 사례"라며 "금주 과정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정신병적 증상은 조기 인식과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2년 한 연구에서 정신과 입원 환자와 대학생을 비교한 결과, 인큐버스 현상 경험 비율은 각각 12%와 9%로 나타났다. 다만 환자군에서는 증상의 빈도와 심각도가 더 높았고, 비(非)서유럽권 출신자에게서 보고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인큐버스 개념에 대한 문화적 친숙성이 증상 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인큐버스 증후군이란 무엇인가요?
A. 인큐버스 증후군은 보이지 않는 존재(종종 초자연적 존재로 인식되는 형상)가 자신에게 성적으로 접근한다고 믿는 망상·환각 현상입니다. 주로 시각, 청각, 촉각이 함께 작용하는 다감각적 환각(multisensory hallucinations) 형태로 나타납니다. 역사적으로는 악마나 귀신에 의한 '성적 공격'으로 해석되었으나,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파라솜니아 또는 정신병적 장애의 한 양상으로 분류합니다.
Q2. 인큐버스 증후군은 모두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2022년 한 연구에 따르면 정신과 환자의 약 12%, 대학생의 약 9%가 평생 한 번 이상 인큐버스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환자군에서 증상이 더 자주, 더 심각하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비(非)서유럽권 문화권에서 더 많이 보고되는 경향이 있어 문화적 요인도 증상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이 시사되고 있습니다.
Q3. 인큐버스 증후군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A. 치료는 증상의 원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번 증례처럼 알코올 유발성 정신병이 원인일 경우,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등으로 금단 증상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치료가 핵심입니다. 필요에 따라 정신치료나 가족 교육이 병행되며, 증상이 신속히 호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만약 다른 정신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해당 질환에 맞는 약물치료와 정신사회적 개입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