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사람들을 겨냥한 미국 등의 장수 클리닉(Longevity Clinic)이 최근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학술지 '에이징-유에스(Aging-US)'가 장수 클리닉의 과학적 기반과 산업적 가능성을 사설로 다뤘다고 미국과학진흥회 포털 '유레카얼럿'이 21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이 사설은 네덜란드 그로닝겐대의 세포노화학자인 마르코 데마리아 교수가 썼고 '장수 클리닉: 약속과 위험 사이(Longevity clinics: between promise and peril)'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생명과학·노화 등 분야를 다루는 학술지 에이징-유에스에 따르면 최근 고급 장수 클리닉이 미국·스위스·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에 속속 들어서면서 전 세계 부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클리닉은 단순한 건강검진이나 치료를 뛰어넘어, 생물학적 나이를 낮추고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유전체·단백질체 분석, 후성유전체 검사, 장내 미생물 분석, AI(인공지능) 기반의 건강 예측, 줄기세포 요법, 정맥치료법(NAD+ 요법) 등 각종 최첨단 의료기술을 동원한다.
정밀의학으로 노화의 생물학적 경로를 수정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설계하는 고급 장수 클리닉에 고객이 머무는 기간은 수 일에서 수 주로 다양하다.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주요 고객은 기업 CEO, 연예인, 스포츠 스타, 왕족 등 소득이 높고 재산이 많은 부자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체학·단백질체학·후성유전체학 등 정밀의학으로 '노화 스위치' 꺼서 건강 장수"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장수 클리닉'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쓰는 기관은 아직 없다. 다만 기능의학·예방의학 기반의 고급 클리닉은 일부 등장했다. 생물학적 나이의 평가, 맞춤형 식단·보충제 처방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제도적인 기반이나 브랜드화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에이징-유에스에 따르면 대표적인 장수 클리닉인 '헬시 롱제비티 클리닉(Healthy Longevity Clinic)'은 유럽과 미국에서 500명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장수 클리닉은 46개 이상의 장수 기술 관련 기업과 협력해 AI 기반의 진단과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관은 2024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ARDD(노화연구 및 약물개발 회의)'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고 특정 프로젝트(XPRIZE Healthspan Project)와도 협력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7년 간 1억 달러 규모의 예산으로 건강 수명을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의 장수 클리닉인 '파운틴 라이프(Fountain Life)'는 AI 기반 정밀 진단과 예방 치료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 클리닉의 이름은 맑은 물이 끊임없이 솟는 샘물이나 분수를 연상케 한다. 연간 멤버십 비용은 서비스의 내용에 따라 1만~10만 달러(약 1430만~1억4300만원)다. 고객은 유전체 분석, 혈액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생물학적 나이를 평가받고 조기에 병을 발견할 수 있다.
스위스의 장수 클리닉인 '클리닉 라 프레리(Clinique La Prairie)'는 1931년에 설립됐다. 이 클리닉은 세포 치료와 고급 웰니스 프로그램을 결합한 '재활성화(Revitalisation)' 패키지를 2만5000~4만 스위스프랑(약 4500만~7200만원)에 제공한다. 일부 VIP 패키지는 9만 달러(약 1억2870만원) 이상이다. 고객은 후성유전체 검사, 면역·염증·산화 스트레스 지표 분석, 유전체 분석 등으로 맞춤형 치료를 받는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장수 클리닉 'DNA 헬스 앤 웰니스(DNA Health & Wellness)'는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정맥치료법, 펩타이드, 줄기세포, 오존 치료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다. 정맥치료법은 NAD+라는 성분을 정맥주사로 맞는 요법이다. NAD+는 체내 전자전달 반응에서 주로 쓰이는 조효소인 니코틴아마이드 아데닌 다이뉴클레오타이드의 산화형이고, 이 요법의 개념은 노화를 가속화하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꺼서 고객이 건강 장수를 누리게 한다는 것이다.
"생물학적 연령, 최대 15년 낮추는 목표 내걸기도…비용은 수억원까지 천차만별"
이 장수 클리닉의 목표는 생물학적 연령을 5~15년 낮추는 것이다. 고객은 전담 의사와 왓츠앱(WhatsApp)으로 직접 소통하며 연중 24시간 지원받는다. 비용은 보통 1만5000~3만 아랍에미리트 디르함(AED)(약 585만~1170만원)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연령 자체를 낮추는 각종 치료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수억원에 이를 수 있다. 이 장수 클리닉은 고급 호텔식 인테리어와 컨시어지 서비스로 의료와 웰니스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국내에선 차움(CHAUM), 리앤리클리닉, 메디에이지, 디앤에이클리닉, 서울아산병원 VIP센터, 삼성서울병원 VIP검진센터 등이 기능의학·예방의학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유전체 분석, 장내 미생물 검사, 생물학적 나이 평가, 맞춤형 식단·운동·보충제 처방, 스트레스·수면·호르몬 균형 관리 등으로 건강 수명의 연장을 꾀하고 있다. 비용은 서비스 내용에 따라 다르다.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다양하며, 일부는 연간 멤버십을 운영한다.
이들 기관은 장수 클리닉의 철학이랄 수 있는 질병의 예방, 맞춤, 통합, 고급화 등 개념을 일부 실현하고 있지만, 제도적 기반이나 브랜드화는 외국에 비해 훨씬 부족하다. 장수 클리닉이라는 것 자체가 아직 국내에선 생소하고, 공공의료와의 연계도 미흡하다. 줄기세포·오존 치료 등 일부 기술은 국내 규제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국형 장수 클리닉 모델은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혼합형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공공기관은 생물학적 연령의 평가, 생활습관의 개선, AI 건강 예측 등을 건강검진 시스템에 통합하고 민간 클리닉은 고급 치료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규제·표준화·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보조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평등에 대한 관심이 유달리 높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장수 클리닉이 미국·스위스 등에는 꽤 많다는데, 한국에도 있나요?
A1. 한국에는 아직 '장수 클리닉(Longevity Clinic)'이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하는 기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기능의학·예방의학 기반의 고급 클리닉이 일부 등장해 생물학적 나이 평가, 유전체 분석, 생활습관 개선, 맞춤형 식단·보충제 처방 등 장수 클리닉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차움, 리앤리클리닉, 메디에이지, 디앤에이클리닉, 서울아산병원 VIP센터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Q2. 장수 클리닉의 서비스는 일반 건강검진과 많이 다른가요?
A2. 네, 장수 클리닉은 일반 건강검진과는 접근 방식이 크게 다릅니다. 일반 검진이 질병 발견에 초점을 맞춘다면, 장수 클리닉은 노화 자체를 조절하고 생물학적 나이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유전체·단백질체·후성유전체 분석, 장내 미생물 검사, AI 기반 건강 예측, 줄기세포 요법, NAD+ 정맥치료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설계합니다. 정밀의학과 웰니스가 결합된 고급 서비스가 특징입니다.
Q3. 외국의 고급 장수 클리닉은 얼마나 비싸고, 누가 이용하나요?
A3. 미국, 스위스, UAE 등의 장수 클리닉은 비용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며, 입소 기간은 수일에서 수주까지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Fountain Life의 연간 멤버십은 약 1430만~1억4300만 원, 스위스 Clinique La Prairie의 VIP 패키지는 1억2870만 원 이상, UAE의 DNA Health & Wellness는 약 585만~1170만 원 수준입니다. 주요 고객은 기업 CEO, 연예인, 스포츠 스타, 왕족 등 고소득층이며, 24시간 전담 의료진과 고급 웰니스 서비스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