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대 여성이 임신한 적도 없던 가운데, 임신한 척을 하고 이후 인형을 갓난아기로 속여 출산했다고 SNS에 올리는 등 자작극을 벌인 사건이 전해졌다.
영국 스코틀랜드 매체 데일리레코드, 미러 등 보도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에어드리에 거주하는 22세 여성 키라 커즌스가 신생아를 출산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리얼리티 인형을 이용해 임신과 출산을 연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커즌스는 이달 초 체중 약 2.4㎏의 여아를 낳았다고 공개하며 초음파 사진, 성별 공개 파티 영상까지 SNS에 게시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를 믿고 170만원 상당의 유모차와 신생아 용품을 선물했다. 하지만 키라가 가족에게 아기를 보여주기를 꺼리자 주변에서 의심이 커졌다.
결국 키라는 틱톡에 "직접 이 일을 바로잡고 싶다. 침대에 누워있을 때 엄마가 방에 들어와 아기가 인형이라는 걸 발견했다. 그 전까지 모든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있었다. 그 다음엔 가족 모두가 나를 추궁했다. 절대 가족이 이 일을 그냥 넘어간 게 아니다. 아무도 몰랐다. 아기의 아빠와 그 가족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의 친구 니브 맥로버트는 "키라가 대화방에서 아기 사진과 영상을 모두 삭제해 이상하게 여겼고, 아기의 아빠에게 확인하니 '그건 인형이었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맥로버트는 "키라가 심지어 아기의 죽음을 알리는 문자까지 보냈다"며 "몇 달간 속아온 사람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익명의 가족 지인은 현지 매체에 "처음부터 임신이 가짜라고 의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키라를 10년 넘게 알아왔지만 거짓말이 잦았다. 그가 임신 중이라며 찾아왔을 때 배가 울퉁불퉁했고, 얇은 옷 사이로 배를 고정한 끈이 보였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나중에 '아기 사진'을 올렸을 때도 인형처럼 보여서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했다간 사람들이 나를 비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의추구형 행동…정신적 결핍이 핵심 요인
심리의학에서는 이와 유사한 현상을 '상상임신' 또는 '허구적 장애'로 분류한다. 상상임신은 임신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임신했다고 확신하며, 실제로 복부 팽만이나 유방 변화, 태동 감각 같은 생리적 반응까지 나타나는 상태다.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뇌의 내분비계가 심리적 신념에 반응하며 신체 변화를 일으키는 복합적 정신신체 증후군으로, 주로 심리적 외로움, 상실감, 불임 스트레스, 사회적 압박이 결합해 나타난다.
위 커즌스의 사례는 전형적인 상상임신이라기보다, 허구적 장애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허구적 장애는 타인의 관심이나 동정을 얻기 위해 질병이나 사건을 조작하거나 연출하는 심리적 장애로, 환자는 자신이 꾸며낸 이야기조차 어느 순간 '현실'로 믿게 된다. 정신의학적으로는 거짓을 통한 자기 방어이자, 결핍된 애정과 관계를 보상받기 위한 무의식적 행동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행동의 밑바탕에는 깊은 심리적 결핍이 자리 잡고 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위는 의도적 기만이 아니라, 인정받지 못한 자기 존재감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버드의대 정신의학 리뷰(⟪Harvard Review of Psychiatry⟫, 2014)에 따르면 상상임신의 경우 환자의 약 60%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병력을 지니고 있으며, 상당수가 가족·사회 관계의 단절로 인한 고립감을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