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수정으로 태어난 아기들 성별에서 남아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런던대(UCL) 생식의학 전문의 헬렌 오닐 박사팀은 체외수정 과정에서 남성 배아가 여성 배아보다 발달 속도가 약간 빠르기 때문에 이식 대상으로 더 자주 선택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시험관 아기의 약 56%가 남아로 태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 출산에서 남아의 비율은 약 51%다. 이 결과는 '뉴사이언티스트 라이브(New Scientist Live)' 학회에서 발표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유전자 검사로 성별이 이미 확인된 1300개의 배아를 대상으로, 사람의 눈과 인공지능(AI)이 각각 배아의 품질을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의사가 평가했을 때 남성 배아의 69%가 '양호' 등급, 여성 배아는 57%로 판정됐다. AI 시스템 중 하나 역시 약간의 남성 편향을 보였지만, 다른 시스템은 남녀 배아 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닐 박사는 "배아가 빠르게 성장할수록 더 '건강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성 배아가 선호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우리가 사용하는 평가 도구 자체가 남성 배아를 유리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남성 배아는 X와 Y 염색체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반면, 여성 배아는 X 염색체 두 개를 지닌다. 여성 배아의 경우 발달 초기 단계에서 한 개의 X 염색체를 '비활성화'하는 과정이 일어난다. 유전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생리적 조정 메커니즘이지만 상당한 에너지와 자원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초기 발달 단계에서 남성 배아가 약간 더 빠르게 성장하며, 결과적으로 의사나 AI가 배아를 평가할 때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오닐 박사는 "남녀 배아의 성장 속도 차이는 매우 미세해, 성별을 의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영국에서는 유전질환과 관련된 경우를 제외하고 성별 선택을 위한 체외수정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체외수정은 정자와 난자를 체외에서 수정시켜 배아를 형성한 뒤,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는 보조생식술이다. 자연 임신이 어려운 부부를 대상으로 시행되며, 부부의 생식세포를 직접 사용하거나 기증받은 정자와 난자를 이용하기도 한다.
영국의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43세 미만 여성이 2년 이상 자연 임신을 시도했음에도 실패한 경우,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통해 IVF를 받을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민간 병원에서 한 차례 체외수정 시술 비용은 평균 3348파운드(약 580만 원)에 이르며, 성공률은 여성의 나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35세 미만 여성의 성공률은 약 29%, 40세 이상은 10% 미만으로 급격히 감소한다.
1978년 영국에서 루이스 브라운이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약 8백만 명 이상의 아기가 이를 통해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