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가 대체 왜?...심한 날 자살률 최대 7.4% 늘었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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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 농도 높을수록 자살률 ‘뚜렷한 증가’…정신건강 취약군에서 위험 더 커
계절성 알레르기가 단순히 불편한 증상을 유발하는 것을 넘어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꽃가루 수치가 높을수록 자살 건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일수록 그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계절성 알레르기가 단순히 불편한 증상을 유발하는 것을 넘어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웨인주립대 연구팀은 미국 34개 대도시(186개 카운티) 지역을 대상으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수집된 일일 꽃가루 수치와 자살 통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꽃가루가 전혀 또는 거의 없는 날에 비해 중간 수준일 때 자살 건수가 5.5%, 가장 높은 수준일 때 7.4% 증가했다.

특히 정신질환 진단이나 치료 이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 꽃가루 수치가 높은 날 자살률이 최대 8.6% 증가했다. 연구를 이끈 슈샨 다나굴리안 박사는 "꽃가루 수치와 자살 간에 명확한 연관성이 확인됐다"며 "계절성 알레르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꽃가루가 일으키는 다양한 알레르기 증상, 자살 위험 증가와 연관

꽃가루 알레르기는 흔히 가려움, 콧물, 기침 등 가벼운 증상으로 인식되지만, 연구팀은 이러한 증상이 수면의 질 저하, 집중력 감소, 기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두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는 것들이다.

이전 연구에서도 계절성 알레르기 환자는 우울증이나 불안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보고돼 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 데이터를 추가로 분석해, 꽃가루가 많은 날 알레르기 증상과 우울 관련 검색어가 동시에 급증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관리 가능한 위험 요인…최소의 개입으로 생명 구할 가능성 제기

정신건강 위험 요인 중에는 쉽게 개입할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 계절성 알레르기는 비교적 관리가 쉽다. 항히스타민제, 비강 스프레이, 알레르기 검사 등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은 치료 수단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나굴리안 박사는 "작은 개입이 자살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면, 이는 공중보건 차원에서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알레르기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자살 예방 전략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꽃가루 시즌 길어져…위험 더 커질 듯

이번 연구는 계절성 알레르기와 자살 위험이 단순한 건강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지적했다. 최근 기온 상승으로 꽃가루 시즌이 길어지고 농도도 높아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정신건강 문제와 자살 위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나굴리안 박사는 "꽃가루 노출이 늘어나면 신체건강뿐 아니라 수면, 기분, 정신건강에도 파급 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과 정신건강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꽃가루와 정신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농촌 지역으로 확장해 조사할 계획이다. 농촌 지역은 도시보다 정신건강 진료나 약국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험이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보건경제학 저널(Journal of Health Economics)》에 'Seasonal allergies and mental health: Do small health shocks affect suicidality?(DOI: 10.1016/j.jhealeco.2025.103069)'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 1. 꽃가루와 자살률은 실제로 인과관계가 있는 건가요?

아니요. 이번 연구는 인과관계(causation)가 아니라 연관성(association)을 분석한 것입니다. 꽃가루 농도가 높아질수록 자살 건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확인됐지만, 꽃가루가 직접 자살을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수면 방해, 집중력 저하, 기분 저하 등으로 자살 위험 요인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Q 2. 꽃가루 알레르기가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계절성 알레르기는 코막힘, 기침, 눈 가려움 등의 증상뿐 아니라 수면 질 저하, 피로감, 집중력 저하, 기분 저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울감이나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기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취약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3.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위험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항히스타민제 복용, 비강 스프레이 사용, 알레르기 검사 및 치료 등 기본적인 관리만으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우울감이 동반될 경우, 알레르기 치료와 함께 정신건강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 또한 꽃가루가 많은 날에는 실내 활동을 늘리고, 외출 시 마스크 착용과 환기 조절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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