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에 빠진 아이들, 읽기 능력·기억력 떨어진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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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UCSF, 청소년 6554명 연구 결과 JAMA에 발표

청소년 소셜미디어 사용 길수록 인지력 더 많이 떨어져

읽기·어휘 검사와 그림·어휘 검사 결과 점수 차이 확인

스마트폰 중독과 비슷한 증상 나타나…자신의 문제 잊어

‘좋아요’에 중독…뇌가 현실 대신 소셜미디어 맞춤형으로

호주에선 업체에 조치 요구, 텐마크는 15세 미만 금지 추진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도구의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셜미디어(SM)에 깊이 빠진 어린이·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또래들에 비해 읽기 능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세계적 의학저널인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10월 13일 온라인으로 발표된 '청소년 소셜미디어 사용경로와 인지 성과(Social Media Use Trajectories and Cognitive Performance in Adolescents)'라는 논문에서다. 읽기 능력과 기억력은 학습 능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비상한 관심을 끈다.

연구는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의 의사과학자인 제이슨 나가타가 영상의학과의 제니퍼 왕, 역학 교실의 크리스틴 김 등 연구진과 함께 진행했다. UCSF는 수준 높은 의약학 연구·교육으로 명성이 높다.

대규모 표본 대상 청소년 소셜미디어와 학습능력 관계연구

연구진은 현재도 진행 중인 '청소년 뇌 인지 발달(ABCD: Adolescent Brain Cognitive Development)' 연구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ABCD는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등의 과학자들이 1만명 이상의 사춘기 전 어린이와 청소년을 추적해 이들의 뇌 발달을 연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관련 연구 프로젝트다.

UCSF의 연구진은 ABCD에서 어린이 6554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 표본을 제공받은 뒤 이들을 다시 추적 조사해 소셜미디어 사용과 학습능력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페이스북·X(옛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SM)는 개방·참여·공유 기반의 연결성·상호작용 덕분에 전 세계의 모든 연령층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 자라고 있는 청소년과 어린이에겐 공기와도 같은 생활 필수요소로 자리 잡아왔다. 이 때문에 소설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이 청소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돼 왔다. 하지만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게 주류였다. 이번처럼 대규모 표본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사용과 학습능력과의 연관성을 파악한 것은 처음이다.

소셜미디어 사용시간 크게 늘수록 인지 점수 더 낮게 나와

연구진은 어린이 시절인 9~11세 때와 청소년기가 시작되는 13세 때의 소셜미디어 사용 변화를 추적했다. 그런 다음 소설미디어 사용시간이 변화한 유형에 따라 연구 대상자들을 3가지 집단으로 나눴다. 첫째는 어린이 때와 청소년 초기 때를 비교했을 때 소셜미디어 이용 증가가 거의 없거나 전혀 사용하지 않은 그룹이다. 전체 대상자의 약 57.6%를 차지하는 이 집단은 소셜미디어 사용시간 증가가 평균 0.3시간에 그쳤다.

둘째는 처음엔 소셜 미디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 13세가 됐을 때 매일 약 1시간씩 이용한 집단이다. 전체의 약 36.6%를 차지하는 이 집단의 이용시간 증가는 평균 1.3시간쯤으로 나타났다. 셋째가 나머지 약 5.8%를 차지하는 '이용 증가율이 높은 집단'이다. 소설미디어 사용시간이 어린이 때와 비교해 13세가 됐을 때 하루 3시간 이상 증가한 그룹이다.

연구진은 이들 전체를 대상으로 연구 시작 때와 청소년기에 접어든 초기에 다양한 검사로 인지 기능을 측정했다. 인지기능 검사에는 여기에는 읽기와 어휘 능력을 측정하는 '구어 읽기 인식' 검사와 들은 단어와 맞는 이미지를 연결하는 '그림 어휘 검사'가 포함됐다.

소셜미디어 조금만 써도 안 쓴 경우보다 독해·기억 점수 낮아

호주 시드니에서 14세와 15세 청소년이 스마트폰으로 소셜미디어에 접속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 미치는 각종 영향을 일찌감치 인지해 지난해 12월부터 글로벌 소셜미디어 업체들에게 '16세 미만 호주인이 계정을 만들거나 유지하는 것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해왔다. 사진=연합뉴스


그 결과 13세가 됐을 때 소설미디어 사용량이 크게 증가한 그룹은 이를 전혀 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그룹보다 인지 검사 점수가 4~5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하루 1시간 정도만 소셜미디어에 소모했던 집단도 이를 사용하지 않는 그룹에 비해 읽기와 기억력에서 평균 1~2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소셜미디어 사용시간이 길수록 독해 능력과 기억력이 더욱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이 많을 경우에도 읽기 능력과 기억력에서 어느 정도 문제가 생기지만, 비교적 적은 시간을 소모해도 문제를 피해가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청소년기 후반 땐 소셜미디어 사용 따른 학습능력 격차 더 커질 우려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점수 차가 극적으로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카다는 NPR에 "이들이 청소년기 후반인 15~17세에 이르면 훨씬 많은 시간을 소셜미디어에 사용할 수 있으며 그 결과 그 연령대에 이르면 인지와 학습 능력에 더 큰 격차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연구 대상자의 약 3분의 2가 13세가 되기 전에 소셜미디어 사용을 시작하며, 계정 보유수가 평균 3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아울러 아울러 10~14세 청소년의 상당수에서 스마트폰 중독과 비슷한 증상이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가타는 NPR에 "스마트폰 사용 청소년의 절반이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잊어버린다"며 "소셜미디어도 사용 청소년의 4분의 1이 이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 대상자의 11%는 '소셜미디어 사용이 학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좋아요' '댓글' 등 보상 빠져 뇌가 소셜미디어형으로 적응

NPR는 기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또래들에게 받을 수 있는 '좋아요' '댓글' 등 '빠르고 지속적인 피드백'이 제공하는 각종 보상에 과도하게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소셜미디어 사용이 많은 10대들은 현실에서의 삶보다 소셜미디어에서의 활동에 더 잘 적응하는 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이는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세대의 뇌가 앞으로 학습이나 업무 등 현실에서의 다른 일에 최적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 관련 규제도 하나씩 도입되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 10월초 15세 미만 사용자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앞으로 금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호주는 2025년 12월부터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16세 미만 호주인이 계정을 만들거나 유지하는 것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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