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폐암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17개월이나 더 살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플로리다대와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 공동 연구팀은 폐암과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환자 1000명 이상의 치료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면역치료제의 투여 전후 100일 이내 또는 투여 전 100일 이내에 코로나19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접종한 이들 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암 환자에 비해 길게는 80% 이상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mRNA는 모든 세포에 존재하며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분자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플로리다대 의대 소아종양학자인 엘리아스 사유르 박사는 "이 연구 결과가 입증되면 임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재설정하는 비특이적인 백신을 설계할 수 있다면, 암 환자들에게 보편적이고 즉시 사용 가능한 암 백신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mRNA 과학자인 존스홉킨스대 의대 제프 콜러 교수는 "이는 mRNA 백신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 암 치료 전반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책인 '워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이 독특하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면역치료제(면역관문억제제)의 투여 전후 100일 이내에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진행성 폐암 환자 180명과 면역치료제를 투여받았지만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폐암 환자 704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 백신을 맞은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중앙값)이 37.3개월로, 백신을 맞지 않은 폐암 환자(20.6개월)보다 약 8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면역치료제 투여 전 100일 이내에 코로라 백신을 접종한 전이성 흑색종 환자 43명과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흑색종 환자 167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백신을 접종한 환자의 생존기간(중앙값)이 30~40개월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환자(26.7개월)보다 눈에 띄게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기간이 한참 지난 데이터 수집 당시에도 일부 환자가 생존 중이었다. 이는 코로나 백신의 효과가 더 강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일종의 예비적 관찰연구이며,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등의 지원을 받았다. 앞으로 임상시험(전향적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인과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플로리다대 임상·중개과학연구소장 듀안 미첼 박사는 "아직 인과관계가 입증되진 않았지만, 매우 드문 치료 효과 사례"라며 "임상시험이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1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의학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됐고 미국과학진흥회 포털 '유레카얼럿'이 소개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코로나19 백신이 암 환자의 생존 기간에 영향을 줄 수 있나요?
A1. 네, 미국 플로리다대와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면역치료제 투여 전후 100일 이내에 mRNA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폐암 환자는 비접종자보다 평균 생존 기간이 약 17개월 더 길었습니다. 흑색종 환자 역시 백신 접종 후 생존 기간이 눈에 띄게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2. 코로나19 백신은 앞으로 암 치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요?
A2. mRNA 백신이 면역 반응을 재설정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향후 보편적 암 백신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기존 면역치료제의 효과를 강화하고, 다양한 암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무작위 임상시험이 설계 중이며, 결과에 따라 암 치료 패러다임이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Q3. 코로나19 백신의 암 치료 효과를 집중 연구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A3. 해당 연구는 미국 플로리다대 의대와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가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또한 존스홉킨스대 등 mRNA 백신 관련 연구기관들도 이 분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