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g 빼면 10년 뒤 무릎관절염 위험 50% 이상 줄어든다”

윤성철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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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관절염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서로 다른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무릎 관절염의 특징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흔히들 나이 들어 생긴 퇴행성 질환이라 하지만, 무릎이 아픈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가지 문제로 압축된다. '염증' 때문이거나, '체중 부하' 때문.

왜 체중이 무릎을 아프게 하나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에는 체중의 2~3배에 달하는 힘이 실린다. 이것이 '기계적 압력'이다.

여기에 체중까지 늘어나면 복부비만, 대사증후군으로 생긴 염증이 통증을 더 키운다. 그 중에서도 배 주변 지방은 에너지를 저장만 하는 게 아니다. 염증 물질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공장이기도 하다.

이것들이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며 무릎 안쪽 활막에까지 염증을 일으킨다. 마치 불이 난 곳에 계속 불씨를 더 던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래서 계단 오르기나 쪼그려 앉을 때 아프다면 1차로는 기계적 부하 문제에 먼저 초점을 맞추지만, 복부 비만과 대사 이상이 동반된 경우라면 대사 문제를 더 우선하게 된다.

부산 사하구에 사는 62세 박모 씨. "무릎이 쑤셔서 엘리베이터만 찾게 된다"던 분이다. 체중 78kg에 복부 비만도 상당하다. 아침마다 온 몸이 뻣뻣하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무릎이 아파서 계속 걷질 못한다.

병원에서는 허벅지 근육 강화와 수중 유산소, 걷기 자세 교정을 묶은 12주 프로그램과 식습관 개선을 권했다. 그랬더니 석 달 만에 체중 6.2kg 감량(약 8%), 통증 점수는 절반가량 낮아졌다.

전형적인 '복합형관절염'이었지만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낮추고 근력으로 받쳐주자 통증 곡선이 다시 완만하게 꺾인 것이다. "이젠 엘리베이터보단 가능하면 계단을 올라요. 지하철역 계단도 문제없어요"라 할 정도.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여러 국제 학회는 운동과 체중 관리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염증 관리와 체중 관리가 함께 가야 치료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어서다. 사진=더탄탄병원


부산 더탄탄병원 김도훈 병원장(정형외과)은 "체중 1kg 변화가 보행 한 걸음마다 약 4배의 하중 차이가 무릎에 전달된다"며 "무릎 관절염 치료에 있어 염증 조절만큼이나 체중 감량 자체를 주요하게 보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 했다.

운동과 교육, 체중 관리가 1순위 치료

국제 관절염학회(OARSI)와 유럽 골다공증·골관절염학회(ESCEO) 등 주요 의학 단체들이 ▲환자 교육 ▲구조화된 운동 ▲체중 관리를 비(非)수술 치료의 핵심으로 두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예를 들어 체중을 5~10%만 감량해도 통증 지표와 기능 지표가 뚜렷이 개선된다.

장기 관찰 연구에선 "체중 5kg 감량이 10년 뒤 무릎 관절염 발병 위험을 50% 이상 낮춘다"는 결과도 나와 있다. 작은 변화가 10년 후 큰 차이를 만드는 셈이다.

다만 식습관을 바꾸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이미 무릎이 아픈 상태인데, "그래도 운동해야 한다"는 요구는 꽤 높은 장벽이 될 수 있다.

일상생활 개선으론 버거울 때…비만약도 '보조 수단'

교육, 운동, 체중 관리를 충분히 시도했음에도 통증과 기능장애가 계속된다면 더 강도 높은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비만(체질량지수 BMI 30 이상), 과체중(BMI 27 이상)이면서 동반질환(관절염, 고혈압, 당뇨 등)까지 있을 땐, 의사와 상의해 비만약도 '보조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다.

지난해 세계적 의학 저널인 NEJM(뉴잉글랜드의학저널)은 비만을 동반한 무릎 관절염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GLP-1 계열 비만약이 체중 감소와 함께 무릎 통증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는 내용이다. 68주간 진행된 이 연구에서 약물 투여 그룹은 평균 13.7%의 체중 감량과 함께 통증 점수가 크게 낮아졌다.

올해는 터제파타이드 성분(마운자로)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위고비)에 비해 비용 대비 효과(삶의 질 향상 등)가 더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25년 9월)도 나왔다. 물론 약만 단독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식이요법, 운동요법, 행동요법 등 생활습관 교정을 함께 진행한 결과다.

염증 조절과 체중 관리, 두 바퀴로 굴러가는 치료

무릎 관절염 치료를 자전거에 비유한다면 염증을 가라앉히는 의학적 치료는 앞바퀴, 체중을 관리하는 생활습관 교정은 뒷바퀴에 해당한다.

염증만 조절하고 체중 부하는 그대로 둔다면 증상은 일시적으로 완화되지만 곧 재발한다. 반대로 체중만 줄이고 염증 관리를 소홀히 해도 이미 진행된 손상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김 병원장은 "무릎 관절염 치료의 핵심은 환자별 특성(무릎 정렬, 보행 패턴, 대사 지표, 염증 수치)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춰 정밀하게 조합하는 일"이라며 "하지만 크게는 '염증 조절'과 '체중 관리'라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고 했다.

생활 습관을 바꾸고 체중을 덜어내면, 무릎은 생각보다 빨리 '가벼워졌음'을 기억한다. 오늘 시작하는 작은 변화가 10년 후 무릎 건강을 지키는 보험이 될 수 있다.

도움말: 부산 더탄탄병원 김도훈 병원장(정형외과)

서울 삼성의료원과 부산 부민병원에서 수련했다. 인공관절 수술과 휜다리 교정술, 줄기세포 연골재생술 등 무릎 관절 치료에 전문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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