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만으로 미숙아 뇌에서 언어 경로의 발달이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를 실시한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진은 "생애 초기 뇌 발달에 있어 말소리 노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최초의 인과적 증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태아의 청력, 자궁 내에서 발달…자궁 속 '언어 환경' 구현
태아의 청각은 임신 24주 무렵부터 발달하기 시작한다. 임신 후반기로 갈수록 자궁벽이 얇아지면서 엄마의 말소리 등 외부 자극이 태아에게 더욱 잘 전달된다. 만삭으로 태어난 신생아가 엄마 목소리를 인식하고, 부모의 모국어 소리를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도 기존에 보고된 바 있다.
반면, 예정일보다 최소 3주 이상 이르게 태어나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에 머무는 미숙아는 자궁 내와 같은 언어 자극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언어 자극 부족이 미숙아의 언어 발달 지연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NICU 환경에서 엄마의 목소리 노출을 늘리는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는 예정일보다 8주 이상 일찍 태어난 미숙아 4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상은 선천적 기형이나 조산으로 인한 합병증이 없는 아기들로, 무작위로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뉘었다.
실험군 아기들에게는 그림책(Paddington Bear)을 읽는 엄마의 음성 녹음을 밤 시간 동안 10분 단위로 총 160분간 들려줬고, 대조군에는 별도의 소리 자극을 주지 않았다. 부모의 행동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아기가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짧은 시간의 개입으로 '뚜렷한 차이'
퇴원 전 촬영한 MRI 분석 결과, 실험군 아기들은 좌측 궁상얼기(arcuate fasciculus) 백질의 성숙도가 대조군보다 뚜렷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 부위는 언어 이해와 처리에 핵심적인 경로다. 반면 우측 언어 경로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다. 이는 뇌의 반구 간 존재하는 언어 처리 방식 차이와 일치하는 결과다.
연구 책임 저자인 캐서린 트래비스 박사(당시 스탠퍼드 의대 조교수, 현재 웨일 코넬 의대 및 버크 신경학 연구소 조교수)는 "병원 환경에서 말소리 노출이 뇌 발달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신생아 집중치료 환경을 설계할 때 언어 자극의 중요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저자인 멜리사 스칼라 박사(스탠퍼드대 루실 패커드 아동병원) 역시 "이처럼 짧은 개입만으로 측정 가능한 차이가 나타났다는 점이 놀랍다"며 "아주 작은 자극이 언어 발달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맞춤형 언어 환경 프로그램으로 확장 가능성
연구진은 향후 합병증이 있는 미숙아를 대상으로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또한 NICU에서 아기들이 듣는 소리가 뇌 발달에 도움이 되도록 최적화된 맞춤형 언어 환경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연구진은 미숙아 아기의 입원 기간 동안 무력감이나 죄책감을 느끼는 부모에게 이번 결과가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칼라 박사는 "부모가 직접 아기와 대화하고 접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병원에 상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아기가 부모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물리적으로 곁에 있지 않아도 부모의 존재를 느끼게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신경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에 'Listening to Mom in the Neonatal Intensive Care Unit: A randomized trial of increased maternal speech exposure on white matter connectivity in infants born preterm(DOI: 10.3389/fnhum.2025.1673471)'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 1. 미숙아에게 엄마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엄마 목소리는 태아가 임신 24주 무렵부터 듣기 시작하는 '가장 익숙한 소리'로, 뇌의 언어 경로 발달과 안정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미숙아는 자궁 속과 달리 병원 환경에서 이러한 자극을 충분히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엄마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발달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Q 2. 엄마 목소리 노출이 뇌의 어느 부위에 영향을 주나요?
연구 결과, 좌측 궁상얼기(arcuate fasciculus) 백질이 특히 빠르게 성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부위는 언어 이해와 처리에 핵심적인 경로로, 생후 초기 발달이 언어 능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Q 3. 실제 NICU에서 이런 방법을 적용할 수 있나요?
네. 연구진은 병원 내에서도 엄마 목소리 녹음을 통해 자궁 속 언어 환경을 부분적으로 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향후 의료 현장에서는 맞춤형 음성 자극 프로그램을 통해 미숙아의 언어 발달을 돕는 중재 방법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