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중 무의식 상태에서 성적 행동을 보이는 '섹섬니아(sexsomnia)'가 생각보다 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르웨이 베르겐대 연구팀은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11%가 평생 한 번 이상 섹섬니아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이 중 6%는 최근 3개월 이내에 이 같은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성적 행동 아카이브(Archives of Sexual Behavior)》에 게재됐다.
자위 행위가 가장 흔해…남성에서 경험 비율 높아
연구에 따르면 증상은 수면 중 자위 행위가 5%로 가장 흔했으며, 파트너를 더듬는 행동이 4%로 그 뒤를 이었다. 실제 성교까지 이어진 경우는 2% 미만으로 가장 드물었다. 수면 중 자발적인 오르가슴이나 성적 소리를 내는 행동도 보고됐다.
평생 경험률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스트레스와 피로, 불규칙한 수면 패턴 등이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수면 중 성적 행동이 깨어 있을 때의 행동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응답자는 수면 중 더 부드럽고 열정적으로 행동했으며, 반대로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행동 양상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수면 장애의 일종…깨면 대부분 기억 못해
섹섬니아는 미국수면의학회의 국제수면장애분류(ICSD-3)에서 '수면 관련 비정상 성행동'으로 분류되는 파라솜니아(parasomnia, 사건수면)의 한 형태다. 주로 깊은 비렘(NREM) 수면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면 중 자위나 파트너 접촉, 성교 시도, 자발적 오르가슴 등 다양한 성적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은 다음 날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 같은 행동은 스트레스, 피로, 불규칙한 수면 습관 외에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이나 주기성 사지운동장애처럼 수면 중 각성을 증가시키는 질환과 동반되는 사례도 보고됐다. 졸피뎀과 같은 특정 수면제 역시 섹섬니아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로 알려져 있다.
치료·예방 가능…법정 논란 사례도 존재
전문가들은 섹섬니아를 치료 가능한 수면장애로 본다. 수면 환경 개선, 유발 요인 조절, 동반 질환 치료를 통해 증상이 완화될 수 있으며,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의 경우 양압기 치료 후 증상이 사라진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필요에 따라 약물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한편, 섹섬니아에서 나타나는 성적 행동은 연구에서 밝혀진 것처럼 깨어 있을 때와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어, 공격적이거나 통제 불가능한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영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성범죄 재판에서 섹섬니아가 방어 논리로 제기된 사례도 있어 법적·의학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수면의학 전문가들은 섹섬니아가 생각보다 흔하지만, 부끄러움이나 인식 부족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된다면 조기 진단과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1. 섹섬니아는 어떤 질환인가요?
섹섬니아는 수면 중 무의식 상태에서 성적 행동을 보이는 수면 관련 이상행동(파라솜니아)의 일종입니다. 주로 깊은 NREM 수면 단계에서 발생하며, 자위나 파트너 접촉, 성교 시도, 자발적 오르가슴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다음 날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Q 2. 어떤 경우에 잘 발생하나요?
스트레스, 수면 부족, 불규칙한 수면 패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이나 주기적 사지운동(PLMS) 같은 수면 중 각성 증가 상태가 촉발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수면제(졸피뎀 등)도 에피소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Q 3. 치료가 가능한가요? 법적 문제는 없나요?
섹섬니아는 치료가 가능한 수면장애입니다. 수면 환경을 개선하고, 동반 질환을 치료하거나 필요 시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실제로 성범죄 재판에서 '섹섬니아 방어'가 제기된 사례가 있어 법적·의학적 논의가 병행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증상이 반복된다면 조기 진단과 전문 진료가 권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