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됐다'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약물, 술, 니코틴이다. 햄버거, 피자, 시리얼 등은 중독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미국 노인들에게는 다르다.
학술지《중독(Addic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노인들은 술이나 담배보다 햄버거나 피자 등 초가공식품에 중독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초가공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어 결코 남의 일처럼 볼 수 없는 연구 결과다.
미국 미시간대와 유타대의 연구진은 50세~80세 성인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12%가 초가공식품 중독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연령대의 술(1.5%)이나 담배(4%) 중독률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특히 여성의 경우 더욱 심각했다. 50세~64세 여성 4명 중 거의 1명이 초가공식품 중독 증상을 보였다. 65세~80세 여성 중에서는 12%였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의 17%가 중독 진단 기준을 충족했는데, 이는 남성(7.5%)의 두 배 이상이었다.
연구진은 "노인 세대는 다이어트 간식과 저지방 포장 식품이 슈퍼마켓 진열대에 넘쳐나던 시대에 성장했다"며 "초가공 식품을 편리하고 건강한 대안으로 묘사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술이나 담배와 달리 음식 중독은 식욕으로 위장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음식들은 자연적인 식욕 조절을 교란하는 방식으로 포만감을 주도록 설계됐다"며 "그 결과,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모두 해치는 과식의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초가공식품 중독 증상을 보인 참가자들은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스트레스 수준이 높으며, 사회적 웰빙 수준이 낮았다. 연구진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패턴은 다른 형태의 중독과 유사하다"며 "한때 편리함을 상징했던 패스트푸드는 이제 소리 없는 중독이 됐다. 한때 건강하다고 홍보됐던 것이 이제는 알코올과 담배 사용의 위험성에 버금가는 공중보건 위기를 초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