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이후 금연을 시작해도 장기적으로 노화에 따른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연구진은 12개국 40세 이상 성인(평균 연령 58세) 9436명을 대상으로 금연한 이들과 흡연을 계속한 이들의 인지 기능 변화를 추적 관찰한 결과, 금연한 사람들의 인지 점수가 유의하게 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랜싯 건강 장수(The Lancet Healthy Longevity)》에 밝혔다.
기존 연구의 '단기 효과' 넘어 장기 추적
연구진에 따르면, 그동안 금연이 인지 기능에 단기적인 개선을 가져온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다만 이러한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지, 특히 중년 이후 금연한 경우에도 지속되는지 여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영국과 미국, 유럽 10개국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3개의 장기 연구 데이터를 분석했다. 금연 그룹과 흡연 지속 그룹으로 동일하게 나뉜 참가자들은 2년마다 설문과 인지 기능 검사를 실시했으며, 두 그룹은 초기 인지 점수뿐만 아니라 연령·성별·교육 수준·출생 국가 등 주요 변수에서 유사하게 구성됐다.
금연 그룹, 기억력·언어 능력 저하 속도 현저히 늦어
분석 결과, 금연 전 6년 동안은 두 그룹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유사했다. 그러나 금연 이후 6년 시점부터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금연 그룹의 기억력 저하 속도는 약 20% 느려졌고, 언어 유창성 저하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매년 경험하는 인지 저하의 폭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금연 그룹은 흡연 지속 그룹보다 기억력 저하가 3~4개월, 언어 유창성 저하가 약 6개월 늦게 진행됐다.
"인지 건강 위해서라도 늦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미카엘라 블룸버그 박사(UCL 역학 및 보건 연구소)는 "50세 이후 금연을 시작해도 장기적으로 인지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며 "신체 건강뿐 아니라 인지 건강 측면에서도 금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년 이후가 되면 젊을 때보다 금연을 시도할 가능성이 낮은데, 이번 결과는 이들에게 금연을 결심할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령화에 직면한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담배 규제와 금연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메커니즘으로 뇌 건강에 영향 미치는 흡연
연구진은 흡연이 뇌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을 손상시키고, 만성 염증을 일으키며, 산화스트레스를 통해 뇌세포를 직접적으로 파괴함으로써 뇌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인지 저하와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공동저자인 앤드류 스텝토 교수는 "인지 저하 속도가 느릴수록 치매 위험이 낮아진다"며 "금연이 치매 예방 전략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직접 증명하는 것은 아니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전 연구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자가 젊은 시절 혹은 중년기에 금연한 경우 비흡연자와 유사한 인지 점수를 보였고, 금연 후 10년 이상이 지나면 치매 위험 역시 비흡연자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기존 근거에 장기 추적 데이터를 더해, 중년 이후 금연 역시 뇌 건강에 의미 있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1. 중년 이후 금연해도 정말 효과가 있나요?
네. UCL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후 금연을 시작하더라도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유의하게 늦춰졌습니다. 기억력 저하는 약 20%, 언어 유창성 저하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이러한 차이는 금연 후 6년부터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Q 2. 금연이 인지 기능에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흡연은 뇌로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을 손상시키고, 만성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인지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금연을 하면 이러한 생리적 손상이 줄어들어 뇌 건강이 보호되고 인지 저하 속도도 늦춰질 수 있습니다.
Q 3. 금연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나요?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인지 저하 속도가 늦어질수록 치매 위험도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존 연구에서도 금연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치매 위험이 비흡연자와 유사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어, 금연은 치매 예방 전략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