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슬개·대퇴골부정정렬(Patellofemoral Malalignment)'이란 진단을 받았다. 무릎뼈(슬개골)와 허벅지뼈(대퇴골)가 정렬이 어긋나 충돌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연골이 손상돼 통증을 유발하는 것.
박 씨는 "얼마 전 군대에 간 아들이 훈련받는데 무릎이 아팠다고 해 면회 갔었다"며 "그때는 용어가 낯설어 제대로 못 알아들었는데, 아들도 이런 증상이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러너의 무릎', 왜 생기나?
박씨처럼 최근 건강을 위해 달리기나 격렬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늘면서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함께 늘고 있다. 달리기는 무릎 관절에 체중의 2~3배에 달하는 하중을 반복적으로 가하게 되는데, 그래도 장거리 달리기나 고강도 활동을 지속하면 무릎 관절에 스트레스가 누적된다. 또 스쿼트나 계단 오르내리기도 무릎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운동.
그렇게 해서 생긴 무릎 앞쪽 통증을 보통 '러너의 무릎'(Runner's Knee)이라 부른다. 최근엔 활동적인 젊은 층이나 스포츠 인구에게서 흔한 질환이 됐다. 무릎관절의 과다한 사용과 생체역학적 불균형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히 '운동하다 생긴 통증'으로 여겨 방치하면 만성 통증은 물론, 연골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러너의 무릎'도 의학적으로는 '슬개대퇴통증증후군'(PFPS, Patellofemoral Pain Syndrome)의 하나다. 부산 연세척병원 최호 원장(정형외과)은 "무릎을 펴고 구부리는 동작을 할 때 슬개골과 대퇴골 사이가 눌리게 되는데 이때 두 뼈가 어긋나 있으면 비정상적인 충돌이 일어난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충돌 부위의 연골이 손상되어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 핵심 원인"이라 했다.
박 씨의 경우, 오르막이나 내리막길을 달릴 땐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힘을 주기 때문에 두 뼈가 충돌해 더 아프다. 또한, 앉았다 일어설 때는 허벅지 근육의 힘에 의해 두 뼈가 충돌하여 통증이 생긴다. 양반다리를 해야 할 땐 구부린 자세 자체로 두 뼈가 충돌해 아프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잘 걸리는 까닭은
슬개대퇴 통증증후군은 일반적으로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보통 1.5배에서 2.5배 정도 더 많다. 활동적인 젊은 여성, 특히 청소년 운동선수나 아마추어 러너에게서 흔한데, 이는 활동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신체 구조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대개 여성은 남성보다 골반이 넓어 대퇴골과 무릎이 이루는 각도(Q-angle)가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무릎뼈가 바깥쪽으로 당겨지면서 슬개골 정렬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게다가 무릎뼈를 지지하는 주변 인대나 근육(지지대)이 약하고, 균형이 맞지 않아서도 생긴다.
최 원장은 "평소 근력이 약한 상태에서 갑자기 운동량을 늘리거나, 잘못된 자세로 러닝을 지속할 경우 무릎 관절에 과도한 부하가 집중된다"면서 "여성이 남성보다 이러한 생체역학적 불균형에 더 취약해 발병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관절경 시술은 자기 연골을 살린다
초기에 생긴 '슬개•대퇴통증증후군'은 휴식이나 근력 강화 운동 등 보존적 치료로도 어느 정도 호전된다. 하지만 박 씨처럼 통증이 심해지고 비수술적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관절경을 이용한 시술을 선택할 수 있다.
최 원장은 "더 강하게 당기는 쪽의 지지대를 '전기 기화기'(Electro-Cautery Device)로 미세하게 늘려 슬개골 정렬을 교정하는 방식"이라며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관절경을 이용하므로 출혈이나 흉터가 거의 없고, 척추마취나 국소마취만으로도 가능하다"고 했다.
당연히 회복도 빠르다. 실제로 박 씨는 마취를 포함해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시술 다음 날부터 바로 걸을 수도 있었고, 이틀 만에 걸어서 퇴원했다.
체중을 지탱하는 대퇴골과 경골(장딴지 뼈) 관절의 연골 치료에 대해서도 최 원장은 "관절경은 무릎 질환의 K-L등급(Kellgren-Lawrence Grade) 2~3기 단계에서 특히 효과가 크다"며 "이 시기는 연골 손상이 중등도(보통 2기 이상)로 진행된 단계이지만, 자가 관절을 보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시기를 놓쳐 연골 손상이 심해지면 젊은 나이에도 '퇴행성 관절염"까지 이어질 수 있다. 초기엔 무릎에 가해지는 기계적 스트레스 때문이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퇴행성 변화가 더 빨라진다는 것. 만약 무릎 관절이 K-L등급 4기까지 악화되면,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도움말: 부산 연세척병원 최호 원장(정형외과). 경희대 의대를 나와 경희의료원에서 수련했고, 경희대 의전원 실습지도교수를 역임했다. 롯데자이언츠 주치의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