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뇌졸중(뇌경색·뇌출혈) 후유증으로 혼자서 화장실도 못 가요. 인지 기능이 떨어져 있고 시력 장애도 있어 간병인이 꼭 필요해요. 그동안 집에서 간병했는데 제가 유방암 진단을 받아서 남편이 입원할 요양병원을 알아보고 있어요"
최근 간병인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환자나 가족 대부분이 선호하는 한국인 간병인이 자꾸 줄고 있다. 환자와 소통하며 감정 파악까지 가능한 '성실한' 간병인을 찾기 어렵다. 간병비도 갈수록 치솟고 있다. 몸이 크고 비대한 남자 환자의 간병비는 부르는 게 값이다.
환자 가족들은 반기지만…요양병원은 긴장감 높아
정부가 현재 전액 개인 부담인 간병비의 급여화(건강보험 적용)를 추진하고 있다. 본인 부담금은 30% 정도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초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7~12월 200곳의 요양병원을 선정, 중증환자 2만여 명의 간병비를 급여화한다. 혼수상태, 인공호흡기 상시 착용, 욕창, 치매, 파킨슨병 등 간병인이 꼭 필요한 중증환자들이 대상이다. 증세가 가볍거나 불필요하게 장기 입원한 환자의 경우 간병비 지원에서 제외된다.
환자 가족들은 반기지만 요양병원은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지난달 25일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간병 급여화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현재는 보호자가 직접 간병인을 고용하거나, 병원이 간병인을 연결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간병비 급여화가 실시되면 요양병원이 직접 간병인을 고용하고 관리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준수·4대 보험 적용·근로시간 관리 등 법적·행정적 책임이 병원에 집중될 수 있다. 환자 대비 간호·간병 인력 배치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환자 4~6명 당 1명의 간병인을 두는 방안이 검토된다.
간병인 수급이 난제…지방, 중소병원일수록 숙련된 간병인 구하기 어려워
요양병원 측은 수가(건강보험에서 받는 돈) 책정 과정에서 간병인 인건비·관리비·교육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급여 간병비 수익이 사라지면서 기존 수익 구조가 흔들릴 위험도 있다고 했다. 특히 간병인 수급 문제가 큰 숙제다. 지방과 중소병원일수록 숙련된 간병인을 구하기 어렵다. 이는 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이어져 병원 평가에서 큰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환자·가족과도 간병인 채용을 두고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개인이 선호하는 '성실한' 간병인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대형 요양병원과 지방 중소병원 간의 간병서비스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건강보험 적용에서 본인부담률 산정 방식도 환자·가족들과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경영난을 호소하며 폐업하는 요양병원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에서 받는 돈(수가)이 일반 병원의 수가에 크게 못 미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요양병원 중심으로 급여화가 진행될 경우 중소 요양병원들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언제쯤 싸고, 서비스 좋고, '안전한' 요양병원에 우리 가족 맡길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간병비 급여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선정 요양병원 수는 내년 7~12월 200곳, 2028년 350곳(환자 4만 명), 2030년엔 500곳(6만 명)으로 점차 늘리기로 했다. 전체 요양병원 1300여 곳의 일부만 해당된다. 갈수록 증가하는 중증환자에 비해 간병비 급여화 대상 요양병원 수는 적다. 따라서 '싸고 서비스 좋은' 요양병원 입원을 두고 환자들 간의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평가 대상인 '중증'의 기준을 놓고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싸고 서비스 좋은' 요양병원에 '성실한' 한국인 간병인은 최고의 조합이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간병인 중 외국인 비중은 절반 수준이다. 내국인은 갈수록 줄고 있다. 요즘은 외국인도 간병 일을 기피하고 있다.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은 서민들의 염원이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건강보험은 퇴직자의 재산에도 매기는 건보료(건강보험료)로 운영된다. 그럼에도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코로나19 유행 중 전체 사망자의 절반이 요양시설에서 나왔다. 지금도 병원성 폐렴 등 감염 위험이 높다. 언제쯤 싸고, 서비스 좋고, '안전한' 요양병원에 우리 가족을 맡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