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고, 탁구 치고… “파킨슨병 환자, 줄기세포 이용해 치료”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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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의대 연구팀,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 “이식한 도파민 세포 안정적 생착”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의 희망이 생겼다. 증상 완화에 그쳤던 기존 약물치료법과 달리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고치는 세포치료제가 등장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체 활동 능력이 떨어져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파킨슨병 환자들을 다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치료 방법이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도파민 신경세포제 치료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것이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바이오기업 에스바이오메딕스와 공동으로 파킨슨병 환자에게 도파민 신경세포치료제를 투여하는 1/2a 임상시험 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해 국제학술지 '셀'에 게재했다고 14일 밝혔다.

파킨슨병은 인체의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뇌 안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움직임에 장애가 나타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병이 진행되면 걷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이 어려워지고, 행동이 느려지거나 근육이 뻣뻣해지는 증상이 나타나 일상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도파민 신경세포치료제를 파킨슨병 환자 12명에게 투여해 그 경과를 살폈다. 315만개의 세포로 구성된 저용량 치료제를 투여한 환자 6명은 이식 1년 후 병의 증상을 심각도로 평가하는 '호엔야 척도' 점수가 평균 27.8%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량 치료제(세포 630만개) 투여군은 평균 43.1% 개선됐다.

운동성이 느려지거나 걷다가 갑자기 움직이지 못하는 '보행 동결' 증상에서도 치료제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같은 치료 효과는 세포치료제를 투여하며 이식한 도파민 신경세포가 성공적으로 정착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식 1년 후 환자들의 뇌 영상을 분석한 결과 환자들의 도파민 신경세포 신호가 증가했으며, 저용량군보다 고용량군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인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도파민 뇌영상의 신호 증가는 세포치료제의 작용원리를 보여주는 증거로, 환자들의 증상 호전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논문의 제1저자 장진우 고려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 역시 "이식된 세포가 잘 생착해 기존 도파민 회로와 기능적으로 잘 연결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주요 연구진. 사진=연세대 의대


이번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 가운데는 파킨슨병 때문에 오케스트라 지휘를 중단했다가 치료 후 다시 지휘봉을 잡게 된 환자, 잦은 낙상과 불안정한 자세로 거동이 어려웠지만 치료 후 친구들과 동네 축제를 즐길 만큼 회복한 환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걷는 것도 힘들어했던 환자가 현재는 탁구와 배드민턴을 즐기는 것도 가능해졌다.

특히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쳤던 기존 파킨슨병 약물 치료 요법과 달리 이번 세포치료제는 환자의 뇌 속 도파민 세포를 새롭게 교체하는 방식으로, 보다 근본적인 치료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방식의 임상은 이번 연구가 세계에서 두 번째,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시도됐다.

논문의 총괄 책임자이자 치료제 개발을 담당한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에스바이오메딕스 최고기술책임자 겸임)는 "이식한 도파민 세포의 생존율이 국제 경쟁팀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동물실험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다"며 "이러한 우수한 전임상 시험 결과가 성공적인 임상시험 결과로 잘 이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공동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2b/3상 임상시험과 해외 개발 등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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