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running)은 이제 하나의 문화다. 한강에서 금강, 영산강, 낙동강까지, 거기다 전국의 도심 공원 곳곳에서도 러너들이 넘쳐난다. 한때 유행하던 걷기에서 이젠 러닝으로 트렌드 전환이 뚜렷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 몸이 달리기를 다 반기는 것은 아니다. 생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운동은 체질과 신체 구조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천천히 걷는 운동에서도 지방을 잘 태우지만, 어떤 사람은 빠르게 뛰는 운동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효과를 보는 것은 그래서다. 운동 반응에도 개인차가 있다는 얘기다.
생리학이 말하는 운동 반응의 개인차
먼저 사람마다 지근(slow-twitch)과 속근(fast-twitch)의 비율이 다르다. 지근, 즉 지구력 근육이 많은 사람은 지구력 기반의 저강도 운동에 강하다. 반면에 속근, 즉 순발력 근육이 많은 사람은 고강도, 폭발적 운동에 더 적합하다.
이 비율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훈련을 통해 일부 조절은 가능하지만 근본적인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심폐 기능과 산소 섭취 능력에서도 개인차가 있다. 특히 최대산소섭취량(VO₂ max, 운동 중 몸이 사용할 수 있는 산소의 최대치), 심박수 회복 속도, 호흡 효율성은 개인차가 크다. 같은 강도 운동이라도 어떤 사람은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하고 피로를 느끼는 반면, 다른 사람은 안정적으로 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
개인차는 관절 구조와 체형에서도 존재한다. 무릎 정렬, 고관절 유연성, 족부 구조(평발, 요족 등)에 따라 운동 시 충격 흡수 능력이 달라진다. 달리기는 지면 충격이 크기 때문에, 관절 구조상 부담이 큰 사람에게는 걷기가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개인차는 이것뿐 아니다. 대사 능력에도 있다. 기초대사율, 인슐린 민감도 등도 운동 반응에 영향을 주기 때문. 천천히 걷는 운동에서도 지방을 잘 태우는 사람이 있고, 빠르게 뛰는 운동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태우는 사람이 따로 있다.
나는 걷기형인가, 달리기형인가?
자신의 운동 궁합을 알기 위해서는 생리학적 진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심폐기능검사'(Cardiopulmonary Exercise Test, CPET)라는 게 있다. 재활의학과 또는 피트니스센터 등에서 트레드밀(러닝머신)이나 사이클 부하검사를 이용해 최대산소섭취량(VO₂ max), 심박수 반응, 호흡 효율성 등을 평가하는 것. 심폐지구력 수준에 따라 운동 강도 조절이나 적합한 운동 유형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관절 근골격 기능검사'도 도움이 된다. 재활의학과 '등속성 근력검사'를 통해 관절 정렬부터 가동 범위, 근력, 유연성, 균형 능력 등을 평가한다. 관절의 힘과 움직임을 측정하는 것. 체형 불균형, 족부 구조(평발, 요족), 고관절 유연성 등도 알 수 있다.
달리기와 걷기 중 자신의 관절 상황에 맞는 운동을 판단하는 데 유용한 것이다. 만일 마른 체형에 속근이 상대적으로 우세하다면 걷기보다는 달리기, 또는 인터벌 러닝(interval running, 걷기+달리기)을 통해 체력과 근육량 향상 효과를 더 뚜렷이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 부민병원 스포츠재활센터 서경묵 센터장(재활의학과)은 "특히 중년 이상이라면 관절 연골의 퇴행, 근육량 감소, 유연성 저하 등이 막 시작되는 시점이기에 이런 기능 저하 상황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과 관련된 운동을 처방할 때도 이런 관절 기능 평가는 필수다.
운동 중 대사 반응과 인슐린 민감도 등을 확인해볼 수 있는 '대사 호르몬 반응 검사'도 있다. 혈액 검사와 대사율 측정을 통해 체중 감량과 대사 질환 예방을 위한 운동 설계에 활용한다.
40대로 평발인 A 씨. 고혈압도 있다. 그도 최근 달리기에 열심인데, 달리고 나면 무릎 통증과 심박수가 급상승하며 가슴에 압박감이 느껴졌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걷기로 돌아섰는데, 간간이 인터벌 러닝도 추가했더니, 혈압도 안정이 됐고 조금씩 체중 감량 효과도 얻고 있다.
이러한 운동반응 검사는 병원 재활의학과나 스포츠의학센터, 또는 운동처방 클리닉에서 받을 수 있다. 요즘엔 몸에 차는 웨어러블 기기나 헬스케어 앱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운동, '진단 기반의 전략' 뒤따라야
이제 운동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신체의 구조와 생리적 특성에 기반한 전략적 결정일 때 원하는 목표를 더 잘 이룰 수 있게 된다.
반면, 무턱대고 유행을 따르는 운동 방식은 오히려 부상이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헬스케어 전문가들은 운동을 '처방'의 관점에서도 접근한다. 개인의 생리학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운동이 장기적 건강관리의 비결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