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흔히 놓치는 '경고 증상' 보니

윤성철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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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염에서 위암으로...'코레아 단계'에 브레이크를 걸려면
위에 생긴 염증이 만성이 되면 위 점막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위암으로 나아가는 '코레아 단계'(Correa Cascade)를 진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그냥 단순한 위염인 줄 알았죠.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런데 이번에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해보니, '위암 직전 단계'라 하더군요."

부산에 사는 김모 씨(58)는 그동안 소화불량과 속쓰림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집안 내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느낌이 좋지 않아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았고, 결국 '만성 위축성 위염' 진단을 받았다. 흔한 위염 증상처럼 보였지만, 병변의 상태는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변화, 위 점막의 단계적 붕괴

위암은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위에 염증이 생기고, 이것이 만성으로 진행되면 위 점막이 얇아지고 위샘(위산 분비 세포)이 줄어들거나 막힌다. 위산 분비량 역시 떨어진다. 이 단계가 바로 '위축성 위염'(Atrophic Gastritis)이다. 위축성 위염은 위산과 소화 효소 분비가 줄고, 세포 재생력까지 떨어뜨린다.

이후 위 점막은 본래 성격을 잃고 '장상피화생'(GIM, Gastric Intestinal Metaplasia) 단계로 바뀐다. 장상피화생은 위 점막이 소장이나 대장의 점막 세포(장상피)와 닮은 세포로 변하는 현상. 이는 위암 발생의 중요한 신호이자 고위험 징후로 여겨진다. 특히 40세 이상에서 많이 발견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세포의 모양과 핵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변형되는 '이형성'(異形性, Dysplasia) 단계가 나타난다. 흔히 '선종'(腺腫)이라 불리는데,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이형성 세포들이 늘어나고 병변의 변화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결국 위암에 도달하는 것이다.

의학계는 이 악화 과정을 '코레아 단계'(Correa Cascade)로 설명한다. 만성 위염 → 위축성 위염 → 장상피화생 → 선종(이형성) → 위암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이다.

부산 봉생기념병원 소화기센터 김석훈 과장(소화기내과)은 "만성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은 위암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징검다리"라며 "특히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있는 경우, 진행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헬리코박터, 위암의 조용한 촉진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또한 위암으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이다. 감염 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으로의 진행 가능성이 커지고, 위암 발병 위험은 몇 배까지 높아진다. 문제는 이 또한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되기 쉽다는 점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헬리코박터 감염률은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연령과 지역에 따라 성인 약 절반 안팎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내시경은 가장 확실한 안전벨트

물론 모든 만성 위염 환자가 모두 다 위암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 감염에다 가족력, 거기다 짜게 먹는 고염식과 흡연 등이 겹치면 암으로 넘어가는 단계가 빨라지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다행히도 조기 발견만 한다면 위암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선종 단계에서조차 내시경 절제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고, 생존율도 높다.

그래서 국가암검진은 만 40세 이상 성인에게 2년마다 위(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를 권한다. 단,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등 '고위험' 소견이 나왔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1~3년 간격의 단축된 검사 주기를 권한다. 이 시점부터는 개인별 추적 관찰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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