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초가을 일교차가 있으니, 감기 정도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감기약으로는 낫지 않고, 구토와 설사까지 동반되면서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진단 결과에도 놀랐다. 진드기에 물려 생겼다는 쯔쯔가무시. 그러고는 몇 주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해마다 이 시기에는 벌초, 성묘, 나들이 등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진드기와 각종 세균 등으로 인한 감염성 발열 질환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다. 질병관리청은 가을에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쯔쯔가무시, 유행성출혈열, 렙토스피라 등에 대한 경보를 매년 발령하고 있다.
특히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년 감염병 신고 현황 연보'에 따르면 제3급 국가감염병인 쯔쯔가무시증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속적으로 환자가 증가하면서 전년 대비 10.7%가 증가한 6,268명이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으로 들판이나 풀숲에 살고 있는 들쥐 등의 설치류에 기생하는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서 감염된다. 주로 팔이나 다리, 목 등 외부에 노출된 부위에 물리는데 감염자 대부분이 물린 자리에 딱지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벌초 등 야외활동을 할 경우 반드시 긴 팔, 긴 바지 등을 입고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여 진드기 물림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나 옷에 진드기 방충제 등을 발라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야외활동 중에는 풀숲 위에서 옷을 벗거나 눕지 말고 외출 후에는 입었던 옷은 반드시 세탁하고 손발을 깨끗이 씻도록 한다.
쯔쯔가무시증은 10∼12일 정도 잠복기가 있어 약 1∼3주정도 지나면 증상이 발현된다. 박 씨의 사례처럼 처음에는 열이 오르고 땀이 심하게 나며 심해지면 두통, 피로감,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구토, 설사 등 위장관련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며 기관지염, 폐렴, 심근염 등 합병증 발생의 위험도 있다.
울산엘리야병원 내과 이한강 과장은 "가을철 감염성 발열 질환은 대부분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되도록 가을철에는 풀숲 출입을 삼가는 것이 좋고 벌초 등 불가피한 야외활동 시에는 최대한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출 후엔 반드시 샤워를 하고 옷은 깨끗이 세탁하는 등 개인위생 관리도 철저히 한다"며 "특히 노약자의 경우 합병증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야외활동 후 고열을 동반한 증상이 있다면 즉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도 했다.
가을철엔 쯔쯔가무시 이외에도 유행성출혈열, 렙토스피라증도 유행한다. 유행성출혈열은 감염된 들쥐의 배설물이나 침이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질환. 초기 증상은 독감과 유사하다. 감염 후 3∼5일이 지나면 얼굴과 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심할 경우 쇼크 증상이나 단백뇨, 빈뇨,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출혈이 내부 장기에 일어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유행성출혈열은 다행히도 예방백신이 있어 감염 위험 높은 군인이나 농업인 등은 미리 접종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렙토스피라증은 가축이나 야생 동물의 소변을 통해 전파되며 오염된 강물, 지하수, 흙과 접촉해도 감염이 일어난다. 7∼12일의 잠복기 후 갑자기 시작되는 발열과 두통, 오한, 심한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급성 신부전증, 전신 출혈, 황달, 신장 손상이 발생해 10명 중 3명이 사망에 이르는 질병이다. 살짝 긁히기만 해도 감염될 수 있어 감염된 물질을 다룰 때는 반드시 개인 안전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