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밝다. 대규모 수주 계약과 기술료 수익,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핵심 제품의 특허 만료를 맞는 빅파마들이 국내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2일 미래에셋증권 '정책 불확실성 해소와 딜 성수기 진입' 보고서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끝난 13일부터 본격적인 3분기 실적 발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유한양행 등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이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9일 미국 소재 제약사와 1조8000억원 규모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이 당장 3분기 실적으로 잡히지는 않겠지만, 수주잔고를 든든하게 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24만L 규모의 4공장이 램프업(가동률 제고) 효과를 내고 있고 글로벌 수요 증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조6000억원인데, 증권업계는 3·4분기 실적이 3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돼 연간 매출은 전년 매출(4조5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4공장의 18만리터동 램프업 효과에 따른 고마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한양행도 하반기 호실적이 기대되는 곳 중 하나다. 유한양행은 2018년 얀센(존슨앤존슨 계열사)에 레이저티닙(한국 상품명 렉라자, 해외 상품명 라즈크루즈)을 기술이전했는데, 이 제품은 해외에서 이중항체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으로 처방되고 있다. 해외 판매 국가가 늘면서 마일스톤 기술료 수령액도 증가하고 있다. 유럽 출시에 3000만달러(약 420억원), 중국 출시에 4500만달러(약 630억원) 규모의 기술료 수령이 점쳐진다.
이에 따라 매출 기대치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증권업계는 유한양행의 올해 매출액이 2조3000억원대로 전년 매출액(2조600억원대)을 10% 이상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알테오젠은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로부터 2500만달러(약 35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 기술료 수령해 실적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제형으로 전환하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 기술을 MSD에 기술수출한 바 있다. MSD는 ALT-B4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SC(제품명 키투루다 큐렉스)에 대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알테오젠이 받는 350억원은 전년도 매출액 1028억원의 3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 매출액은 2523억원, 영업이익은 1527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배, 2.5배 늘어난 수치다.
4분기는 역사적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이나 라이선싱 딜의 성수기로 여겨져 실적 기대감을 가져도 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연말·연초에는 빅파마들이 시장에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특허 만료된 의약품의 수익 방어를 위해 이를 보강할 수 있는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2029년까지 빅파마의 특허 만료가 본격화되기 때문에 딜의 필요성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데이터 분석기업 '이벨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와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최근 4년 내 3억달러(4200억원) 규모가 넘는 M&A 및 라이선스 계약을 분기별로 구분해 보면, 2023년 4분기에 약 80건에 육박하는 딜이 체결됐고, 거래 총액은 약 200억달러(28조원)에 달했다.
이에 국내 바이오기업 역시 기술이전 이력이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기술수출 기대감이 높다. 미래에셋증권은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에이비엘바이오,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을 가진 리가켐바이오, 비만·대사기능이상 간염(MASH) 치료제를 개발중인 디앤디파마텍의 기술수출 가능성을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