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약인데, 왜 누구는 금방 낫고, 난 효과가 없지?”

윤성철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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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맞춤형 정밀 검진, 건강 관리의 개념을 바꾼다
미래 정밀의료의 대상은 동일한 환자군이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다. 사람마다 증상과 가족력, 체질 등에 무수한 차이가 있고, 그래서 같은 약이라도 효과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그 차이를 찾아내 개인별 특화 치료를 하는 것이 목표다. 건강검진이 거기에다 예측력까지 더해 정밀의료와 결합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과거 의료는 마치 '기성복 매장' 같았다. 같은 질환에는 동일한 치료법이 적용됐고, 질환별 진료 매뉴얼과 학회의 가이드라인이 모범답안이었다.

임상 현장 의료진은 이 기준을 따라 그동안 일정한 성과를 내왔지만, 환자 개인의 차이는 반영할 길이 아예 없거나, 제한적이었다. "같은 약 먹는데, 난 왜 이렇지?"라는 질문은 그래서 현대 의료의 본질적 한계를 보여준다.

정밀의료, 개인차를 반영하는 현대 의료의 혁신

하지만 이제는 달라진다. 사람마다 유전자, 생활 습관, 환경 요인이 다르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 '표준화'에서 '개인화'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료 패러다임 변화의 토대가 바로 정밀 의료다. 개인 DNA 정보를 기반으로 한 유전체 분석을 통해 개인의 건강 위험 요인을 사전에 확인한다. 또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진단과 치료의 정확도를 높인다.

이어 스마트워치나 모바일앱(app)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로 생활습관 관리까지 이어간다.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도 가능해진다.

이러한 변화는 K-헬스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현재 우리나라 정밀 의료 시장은 연평균 4.8%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2035년까지 60조 원 규모의 거대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도 2032년까지 100만 명 규모의 국민 참여형 바이오 데이터를 모은다. 임상정보부터 유전체 데이터까지 공공데이터와 연결해 국가 단위의 바이오 빅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것. 이를 통해 K-의료는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 단계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한국형 정밀 의료 모델들

정밀 의료를 임상에 연결하려는 다양한 실험적 모델들도 잇따른다. 서울대병원은 임상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를 통합하여 진료 시 참고할 수 있는 지식기반 시스템인 '정밀 의료 지식은행'을 구축해가고 있다.

또한, LG그룹은 영상 진단, 병리 해석, 예후 예측 등을 아우르는 AI 보조 의료 플랫폼을 공개했다. 일부 스타트업들도 AI를 활용한 정밀 의료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다. 물론, 아직은 초기 단계다. 향후 보험 적용 확대, 데이터 표준화, 윤리적 가이드라인 등이 마련되면 본격적인 확산이 가능하다.

건강검진, '건강 콘트롤타워'로 진화하다

유전체 분석, 인공지능(AI),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정밀의료의 3대 축(軸)과 결합하면서 건강검진도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건강검진이 암, 당뇨, 고혈압처럼 이미 나타난 질환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론 '예측' 기능이 더 강화된다.

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5년 뒤 암 발생 가능성이나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미리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조기 치료를 넘어 생활습관 개선이나 정기적인 추적 검진 같은 사전 예방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 건강검진이 단순한 확인 절차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건강 콘트롤타워'로 자리 잡는 이유다.

부민병원그룹 '부민 프레스티지라이프케어센터'(BPLC)는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AI 보조 판독을 영상검사와 내시경에 적용해 판독의 일관성과 정확성을 높이고, '자동화 검사 시스템'(TLA)으로 검체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한다.

부민 프레스티지라이프케어센터 마곡검진센터 담당자들이 혈액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시간당 최대 2500건의 검체를 처리할 수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여기에 전장 유전체 분석까지 더해,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질환 위험도를 시각화한 '건강 지도'를 제공한다. 현재는 문제가 없다 해도 미래에 암이나 심혈관질환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도록 돕겠다는 것.

정밀 건강검진, K-헬스의 또다른 성장동력 되나?

정밀 의료 시대에는 검진 결과와 전문적인 치료의 연계도 중요하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거나 검진 중 용종 등이 발견되면, 검진 센터는 해당 질환에 전문성을 지닌 의료진과 즉시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정밀 진단과 치료 사이의 간격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필요할 경우, 해당 질환에 특화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상급종합병원으로도 연계해 후속 진료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핵심 전략이다. "예방부터 치료,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통합 건강관리 전략을 구현하는 것이다.

한국의 정밀 검진 모델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동 지역 기관들과 의료 협력 방안이 논의되는 등 한국형 프리미엄 헬스케어 모델을 글로벌 차원에서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우리의 정밀 건강검진 모델이 세계인 건강관리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또 다른 K-헬스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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