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한 달 동안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적격 실질 심사 대상으로 결정되는 등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한 기업의 절반은 제약·바이오 업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기업들의 체질 개선과 더불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이달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 14개 중 제약·바이오 업종은 6개에 이른다. 회생절차 개시신청 사유가 해소돼 거래가 재개된 한 곳(엔케이맥스)을 포함하면 절반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셈이다.
특히 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자본잠식 등 경영실적이 문제된 곳들이 많았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자산-부채)가 자본금(주주납입금)보다 작아진 상태다. 주주가 처음 넣은 주주납입금을 회사가 까먹기 시작한 것이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자본잠식률 50% 이상인 경우 상장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상장을 유지해도 되는지 따져보게 되는 것이다.
유전체 기반 암·질병 진단 전문기업 셀레스트라는 재정난으로 지난 8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2020년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 회사는 호텔과 스마트팜 등 본업과 관련이 없는 사업을 인수하며 몸집을 늘려나갔다. 매년 100억~3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내놓은 타개책이다. 사업 확장을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가 발목을 잡았다. 재무부담이 커지면서 올해는 반기보고서 기준 자본잠식상태에 이른 것이다. 반기보고서상 자산은 252억원, 부채는 298억원, 자본총계 –4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한국유니온제약은 최근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 회사 역시 반기검토보고서에서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 반기 검토의견 부적정 의견을 받았다. 회사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총계는 16억원, 자본금 40억원에 자본잠식률((자본금-자본총계)/자본금*100)이 60%로 부분 자본잠식상태다.
회사는 지난해 10월 횡령 및 배임 사건으로 주식거래가 정지된 이후 올해 초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이후 4월 이의신청을 거쳐 10개월간 개선기간을 받았지만, 반기 감사보고서에서 부적정 의견을 받았다. 기업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법원이 관리인을 선임해 회사 경영을 유지하게 된다.
영업정지를 받아 상장폐지 정차를 밟게 된 경우도 있다. 의약품 품질관리, 신약개발 지원 및 체외진단기기 사업을 하는 에스엘에스바이오는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연구원 역량평가 항목 일부가 기준에 미달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에스엘에스바이오의 매출 80% 가량이 품질관리(QC)에서 나오는데 식약처의 영업정지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해외에서 만든 의약품을 국내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약사법 등에 따라 품질관리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에스엘에스바이오는 이러한 QC를 대행하는 기업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체질 개선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로 펀드레이징(자금 모금) 해야 하며 연구개발(R&D)에 비용을 투자하면서도 수익이 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지만 R&D 비용이 커질수록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현재 구조 속에서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없다"며 "법인세차감전손실(법차손)을 산정할 때 경상연구비를 제외해 R&D비용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기술특례 상장 기업이 2년 연속 법차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된다.
이 부회장은 기업의 체질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제도 뿐만 아니라 기업도 경쟁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상장 후 문제되는 점이 있으면 시장과 소통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면 되는데 그런 점에서 미숙한 부분들이 많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