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이젠 끝이 아니다…미국, 일본보다 높은 5년 생존율

윤성철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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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9.25. 오후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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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창원병원, 간이식 벌써 40건...고광철, 조재원, 임현철, 이원재, 하현권 등 명의 어벤저스팀이 이끌어"간암 진단이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의료진을 믿고 시키는 대로 했더니, 이제는 다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50대 후반의 한 간암 환자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그런데, 이 환자의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한국의 간암 치료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 최근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2023년)에 따르면, 한국 간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약 37.7%에 이른다. 미국의 21.6%, 일본의 26.6%를 훌쩍 뛰어넘었다.

중증 간암 치료의 마지막 승부는 간이식에서 결판 난다. 삼성창원병원 조재원 장기이식센터장(가운데)은 이지수(오른쪽), 안성효 교수 등과 팀을 이뤄 센터 개소 2년 여만에 간이식 수술 40건을 돌파했다. 사진=삼성창원병원


뛰어난 수술 기술과 함께, 환자 개개인에 맞춘 정교한 치료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간이식 분야에서는 더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간암에 걸리면 끝'이라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되었다.

환자 맞춤형 복합 치료법은 강력한 비밀 병기

환자 맞춤형 복합 치료법이 강력한 비밀 병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간동맥화학색전술'(TACE). 암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아 종양을 괴사시키는 시술이다.

여기에 면역항암제(키트루다, 옵디보 등)나 표적치료제(넥사바 등)를 병용하는 새로운 전략도 적용된다. 고광철 명예원장(소화기내과)은 "면역항암제와 간동맥화학색전술(TACE)을 함께 쓰는 병합요법은 암의 크기를 빠르게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했다.

먼저, 면역항암제를 투여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고, 그 이후 TACE로 암세포를 직접 파괴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방법도 있다. 간암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특수부대' 역할을 하는 표적치료제에 더해, 우리 몸의 면역력을 끌어올려 암을 스스로 공격하게 만드는 면역항암제가 합쳐지면서 치료 효과가 배가되는 것. 마치 '정예 병사'와 '최첨단 무기'가 동시에 투입되는 격이다.

이 둘을 함께 사용했을 때, 기존 단일 치료제보다 훨씬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그동안 간이식을 고려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는 것.

여기에다 국소적으로 고선량 방사선을 쏘아 종양을 파괴하는 방사선 치료법(SBRT)도 간이식 전에 종양의 크기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심지어 지난해부턴 고난도 간암 치료법 '경동맥 방사선색전술'(TARE)도 시작, 현재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다학제 협진, 간암 치료의 진짜 힘

이러한 성공은 외과,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의학과 등 여러 전문 분야 의료진이 모여 최적의 치료법을 논의하는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 뒤를 받치고 있다. 환자 한 명을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함으로써, 가장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

마침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지역은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인한 간이식 환자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전문의가 긴밀히 소통하며 오래 호흡을 맞춰온 삼성창원병원 다학제 어벤저스팀이 특별한 것은 그래서다. 복잡한 간암 치료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이끌어가는 원동력.

"부울경에서도 수도권 못지 않은 간이식 성과가..."

이제 간암 진단이 더는 절망적인 선고가 아닌 시대가 왔다. 우리나라 의료진의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적인 치료법이 간암 환자들에게 완치라는 꿈을 현실로 바꿔주고 있어서다.

삼성서울병원 설립 당시부터 대한민국 간암 치료의 최일선에서 명의(名醫)로 활약해온 삼성창원병원 고광철 명예원장(소화기내과)은 "간암은 한 가지 치료법만으로는 완벽하게 해결하기 어려운 질환"이라며 "지방에서도 수도권에 못지 않은 수준의 첨단 장비와 뛰어난 의료진을 갖추고 고난도 간암 수술 및 간이식까지 모두 소화해왔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창원병원은 2023년 5월 장기이식센터(센터장 조재원 교수)가 문을 연 이래 2년 남짓 지난 지금까지 간이식 수술 실적만 40건을 넘어섰다. 혈액형 부적합 10건을 포함해 고난도 생체 간이식만 37건, 뇌사자 간이식 3건 등. 조재원 교수 개인적으론 삼성서울병원 시절부터 30여 년간 1800건 이상의 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셈이다.

올해 발표된 정부의 '간암 적정성 평가'에선 수술 사망률 0%, 암 확진 후 30일 이내 수술 시행률 100%, 다학제 진료비율 등 주요 지표에서 두루 만점을 받는 등 최고 수준의 평가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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