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노화 연구하는 국립노화연구소 반드시 세워야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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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헬스]
노인인구의 증가는 사회적으로 경제활동인구 비율 감소와 사회복지 및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를 부른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7월 11일은 세계인구의 날이다. 1987년 바로 이날 세계 인구가 50억 명을 넘어선 것에 맞춰 유엔 산하 유엔개발계획(UNDP)이 제정한 국제기념일이다. 세계 인구는 2022년 11월엔 80억 명을 넘어섰지만 이제는 숫자가 아니라 연령별 구성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추세다.

한국에선 저출산·고령화가 시대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특히 늘어나는 노인인구 비율은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의 주민등록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4년 12월 23일 1024만4505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넘었다. 고령화 사회와 고령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를 맞고 있다.

노인 문제, '행복추구'라는 인문학적 문제로 확장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가 페이스북에 올린 노인 온열질환 홍보물. 왼쪽은 조기 발견을 위해 유심히 살펴볼 증상으로 어지러움, 근육의 쥐, 발목과 발의 부기, 매스꺼움 및 무기력감, 빠른 맥박 등을 안내하고 있다. 오른쪽은 액체를 마시고, 커피와 알코올을 제한하며, 가벼운 복장과 느슨한 차림, 너무 더우면 운동은 실내에서 하라는 등 온열질환 예방책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NIA 페이스북]


노인인구의 증가는 사회적으론 경제활동인구 비율 감소와 사회복지 및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를 부른다. 노인으로서는 심리적 위축과 우울증, 신체질병과 활력 감소, 역할 상실과 사회적 소외 등 다양한 정신·신체·사회적 문제를 겪게 된다. 그 중에서도 과거 질환이 축적되면서 한 사람이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앓는 '질병다발성'은 노인 보건의료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노인 건강은 보건의료 문제를 넘어 경제·사회·정치와 나아가 '인간의 행복추구'라는 인문학적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렇듯 노인과 노화 문제는 앞으로 수요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보건의료·경제·사회 문제는 물론 정치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최고 정치 지도자와 입법부·행정부는 노인·노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의지와 전략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 방미할 때 국립노화연구소 반드시 찾아야

노인·노화 문제에 대한 국가 지도부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의 하나가 이를 기초과학적·의학적·보건학적·제도적으로 연구하는 국립노화연구원의 설립과 운영일 것이다. 국립노화연구원은 노인·노화 문제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최고의 미래지향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미국 매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국립노화연구소(NIA) 본부. [사진=NIA 홈페이지]


미국은 이 문제에 관한 한 최고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노화·노인문제에 누구보다 먼저,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해왔기 때문이다. 1974년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NIA)를 세워 지난해 10월로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외교를 펼친다면 백악관, AI 업계와 함께 반드시 찾아야 할 대상이다.

과학적·의학적·보건학적·제도적 연구 맡을 노화연구소는 필수

이 연구소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노화 연구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연구 대상은 노화의 본질과 법칙을 파악하고, 노인에게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을 연장해주는 방법에 집중해왔다.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노인성 치매를 비롯한 인지장애 분야 연구를 선도해왔다. 1984년 최초의 알츠하이머 질환센터를 개소해 현재 미국 전역에 30개 이상의 관련 센터 운영으로 이어지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NIA가 있기 때문에 알츠하이머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라는 연쇄반응이 가능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2022년엔 국립신경질환및뇌졸중연구원(NINDS)과 공동으로 '알츠하이머와 관련 치매 연구를 위한 로이 블런트 센터(CARD)'를 개원해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로이 블런트는 치매 분야 연구 지원에 오랫동안 관심을 쏟아온 미주리주의 연방상원의원이다.

NIA의 예산은 지난해 44억1210만달러(약 6조1105억원)에 이르렀다. 2020년의 35억4590만달러(약 4조9110억원)보다 약 24.4% 늘었다.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예산 축소와 맞물려 불투명한 상태다.

노화연구소, 대통령과 의회의 지속적 관심의 결실

노인·노인 문제에 대한 연방 차원의 관심을 이끌어낸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왼쪽)과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창립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사진=미국 백악관 공식사이트]


주목할 점은 미국 NIA 설립 과정에서 역대 대통령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일찍이 기관 창립 24년 전인 1950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제1회 국립 노인학 컨퍼런스를 소집한 것이 효시였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인 1961년에는 제1회 백악관 노인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컨퍼런스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노인학 연구소'를 설치하고 연방 예산을 투입해 관련 연구를 본격화할 것을 건의했다.

목표는 연방 차원의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 기관과 대학, 병원, 연구센터에 관련 시설·인력을 확충해 고령화와 관련한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물·의학적 노인학 연구를 촉진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미국 대통령과 의회의 꾸준하고 적극적인 관심은 1974년 NIA 창설로 이어졌다.

미국이 장기간에 걸쳐 노화와 노인의학을 연구해 자국민은 물론 인류에 도움을 주는 과학적 결과물을 축적했다는 사실은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조해야 할 사안이다. 한국에서도 노인·노화 문제를 기초과학적·의학적·보건학적·제도적으로 연구해 미래에 대비하는 국립노화연구소의 설립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이 과감한 노화·노인의학·노인보건학·노인사회학 종합 연구기관을 세울 최적 시점일 수 있다. 노인연구소 설립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모두가 미래에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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