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브랜드 타임빌라스 1호점인 수원점이 24일부터 11월9일까지 개장 1주년 기념 행사를 진행한다. 타임빌라스 수원점은 2014년 문을 연 롯데백화점 수원점과 롯데몰 수원점을 통합해 약 1000억원을 투입한 미래형 복합쇼핑공간이다.
타임빌라스는 백화점의 부진을 만회하고 업계 1위인 스타필드를 추격하기 위해 롯데가 야심차게 선보인 브랜드다. 전통 백화점 모델에서 벗어나 MZ세대와 가족 단위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쇼핑·문화·여가 기능을 결합한 미래형 유통공간을 지향한다. 수원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13개 점포를 열고 누적 매출 6조6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총 7조원 규모를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개장 1년이 된 타임빌라스는 이를 주도한 정 대표의 연임 여부를 가늠할 핵심 지표로 주목된다. 그룹 내 상징성과 전략적 비중이 큰 사업인 만큼 이제는 외형을 넘어 실질적인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정 대표의 사내이사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업계에서는 올해 8월 신동빈 회장이 그룹 사장단회의에서 '성과 중심의 인사원칙'을 공식화하고 신세계와 CJ 등 경쟁사들도 쇄신인사를 단행한 만큼 롯데 역시 예년보다 빠르게 정기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대표는 2022년 롯데백화점이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최고경영자(CEO)로 신세계 출신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기대를 모았다. 취임 이후 그는 대대적인 점포 구조조정과 브랜드 리뉴얼 등 체질개선을 주도하며 내부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2023년 사장 승진과 2024년 연임은 이러한 변화가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수원 타임빌라스는 리뉴얼 이후 우수고객(VIP) 매출이 이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으며 2030세대 고객 비중도 절반 이상으로 늘어나며 세대교체 흐름을 보여줬다. 프리미엄 상품군인 럭셔리와 뷰티 강화, MZ세대가 선호하는 콘텐츠 유입, 프리미엄 푸드홀 '다이닝 에비뉴' 도입 등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기대에 비해 시장의 평가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특히 인근 2㎞ 이내에 위치한 '스타필드 수원'과의 직접적인 상권 경쟁으로 쇼핑 수요가 분산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롯데쇼핑이 수원점의 매출, 체류시간 등 주요 성과 지표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뒤따른다. 최근에는 신 회장과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이 잇따라 수원점을 방문해 현장 관리자 주도로 매장을 점검하는 등 그룹 차원의 성과 검사가 진행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확장 전략에서도 불확실성이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 리뉴얼 예정이던 '롯데몰 군산점'과 '타임빌라스 송도점'은 착공 직후 공사가 지연·중단돼 당초 계획보다 완공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당초 2030년까지 송도, 수성, 상암, 전주에 4개의 신규 타임빌라스를 열고 기존의 군산, 김해, 동부산 등 7개 점포를 리뉴얼해 쇼핑몰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측은 "공사와 리뉴얼 진행 상황에 대한 문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통 업계에서는 타임빌라스 프로젝트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적인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부 출신 리더로서 대대적인 전환전략을 주도해온 만큼 연속성을 확보하려면 그의 리더십이 더 요구될 수 있다"며 "정 대표는 타임빌라스 외에 국내외 핵심 점포 리뉴얼 및 효율화 전략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어 리더십 전면교체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