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사 모니터] 롯데케미칼, 라인 프로젝트 끝나자 조달 부담 줄었다

김수정 기자 TALK
입력
수정 2025.10.23. 오후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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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통폐합 등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의 재무현황을 짚어봅니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가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을 압박해온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관련 부채의 여파가 잦아들고 있다. 총 5조원이 투입된 만큼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해외 계열사가 외부에서 적잖은 자금을 조달했으나, 지난해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차입 규모도 감소했다. 내년에 투자금 상환이 시작되면 관련 차입금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장밋빛 전망에 투자했지만 채무 과중
올해 상반기 롯데케미칼의 연결기준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재무활동으로 4조3622억원의 현금이 들어왔으나 4조516억원이 나가면서 실질적인 순현금 변화는 크지 않았다. 유입과 유출 규모가 비슷하게 맞물리며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차입 등 재무활동으로 유입된 현금(5조7969억원) 보다 원금상환 등으로 유출된 현금(5조9845억원)이 더 많아 결과적으로 재무활동 순현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라인 프로젝트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신규 크래커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한 후 이 항목의 현금흐름이 음수였던 것은 처음이다.

라인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칠레곤에 에틸렌 100만t, 프로필렌 52만t, 부타디엔 14만t, 폴리프로필 25만t 등의 석유화학 제품 생산능력을 갖춘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투자를 결정할 당시 인도네시아는 에틸렌 자급률이 매우 떨어져 중국 등 외부 조달에 의존하고 있었다. 또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LC타이탄이 인도네시아에 폴리에틸렌(PE)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수직 계열화 효과도 기대됐다. 인근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기초유분 판매까지 고려하면 NCC로 파생되는 효과가 크다는 계산이 서자 롯데 입장에서는 진출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다만 대규모 예산이 소요된 만큼 롯데케미칼은 외부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LC타이탄과 롯데케미칼이 공동출자한 LC인도네시아(LCI)가 차입을 주도하고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LCI의 차입금이 연결회계에 잡히는 순간부터 사실상 롯데케미칼의 채무로 인식됐다.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진 2022년 연결 기준 롯데케미칼의 재무활동 현금유입액은 5조8180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 LCI가 대주단으로부터 24억달러(약 3조4300억원)를 조달하면서 해당 금액은 9조5914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재무활동 현금유출액은 2022년 3조6859억원, 5조3956억원으로 나간 돈보다 들어온 돈이 압도적으로 많은 '조달중심형' 성향이 강했다. 이러한 기조는 롯데케미칼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결정적 요인이다.

/자료=롯데케미칼
라인 프로젝트 자금 내년부터 분할상환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경고가 나온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달 중심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신규 차입을 최소해야 한다는 내부 판단과 신용도 하락 등 사채 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무엇보다 올해 라인 프로젝트 투자가 종료된 영향이 크다.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투자는 폐PET 화학적 재활용 설비(770억원), 고압수소출하센터 사업(93억원), 수소연료전지 발전설비 구축 사업(486억원),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 컴파운드 공장(3061억원) 등 대체로 액수가 적고 타사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신사업이다.

또 대주단과의 협의에 따라 LCI는 내년부터 라인 프로젝트 투자금을 순차적으로 상환할 예정이다. 2023년 24억달러 차입 당시 2026년부터 9년에 걸쳐 분할상환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라인 프로젝트는 이달 상업가동을 개시했다. 초기에는 주로 LC타이탄에 에틸렌을 공급한 뒤 점차 외부 고객사로 공급 범위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LCI는 초기 가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우선 활용해 만기 도래한 채무를 변제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라인 프로젝트의 초기 가동률은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며 "애셋라이트(자산효율화)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영업환경 위축, 투자 규모 감소, 자산 매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차입금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다만 업황이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어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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