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율주행] 반복되는 고속도로 SCC 사고...정말 '자율주행' 탓인가

조재환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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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PV5에 스마트크루즈컨트롤과 차로중앙유지보조 등이 구현되는 모습. 현대차그룹은 고속도로에서 이 기능들이 작동될 경우 '고속도로주행보조(HDA)'가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클러스터를 통해 알려준다./사진=조재환 기자


고속도로에서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또는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 기능을 활용한 사고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등의 통계를 종합해보면 2020년부터 올 8월까지 국내서 발생한 SCC 관련 사고는 모두 28건이며 이 사고로 21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SCC 관련 사고가 늘어나자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등은 자체 캠페인과 광고 등을 통해 해당 기능을 '반(半)자율주행' 또는 '자율주행'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기능을 너무 맹신하면 안 된다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정확하지 않은 기능 설명으로 소비자 혼란을 줄 가능성이 높다. SCC 장치가 '자율주행'에 가까운 장치가 아닌 만큼 용어를 명확히 구분지어 알릴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제조사들은 SCC 등 자체적인 기술에 대해 자율주행이라고 소개하는 대신 주행보조(ADAS) 또는 주행편의 장치라고 소개하고 있다. 현대차와 테슬라 등이 온라인 등에 배포한 사용자 설명서에 이같이 표기하고 있으며 연내 '슈퍼크루즈' 기술을 국내에 도입하는 GM 한국사업장 역시 해당 기술에 대해 자율주행이 아닌 주행보조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온라인에서 검색 가능한 차량별 사용설명서 내 SCC 기술 작동 방법 하단에 'SCC는 운전자를 위한 주행 편의 기능입니다'며 '차량 조작의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습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에만 의존하지 마시고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안전 운전하십시오'라고 적었다.

현대차는 특히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나 복잡한 교통 상황을 인지할 수 없습니다'며 '항상 도로 및 교통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직접 속도를 조절하십시오'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차량별 사용설명서에 표기한 스마트크루즈컨트롤 관련 경고 문구/사진=현대차 사용설명서 캡처


SCC 용어는 자동차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쓰는 것이 아닌 현대차가 자체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이다. 테슬라는 SCC와 비슷한 성능을 내는 기술을 '트래픽 어웨어 크루즈 컨트롤'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차로 중앙 유지를 돕는 '오토스티어'가 같이 작동되면 기초적인 ADAS 기술인 '오토파일럿'이 완성되는 구조다.

테슬라는 국내 사용자들을 위한 사용설명서에 '트래픽 어웨어 크루즈 컨트롤은 주행 시 승차감과 편의성을 위해 설계되었으며 충돌 경고 또는 방지 시스템이 아니다'며 '항상 전방 도로를 주시하고 올바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대비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상해나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고 주의했다.

GM 한국사업장은 이달 1일 슈퍼크루즈 도입 설명회를 마친 뒤 국내 기자단을 대상으로 보낸 이메일 설명을 통해 "슈퍼크루즈는 공식적으로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2'에 해당하는 기술이다"며 "GM은 슈퍼크루즈를 자율주행시스템이 아닌 운전자주행보조시스템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이 기술들은 완전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과도기적인 단계다. 제조사들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ADAS 기술의 안전한 사용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용한 것은 사실이다.

GM 슈퍼크루즈 기술이 구현되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사진=GM 제공


자동차 업체들은 ADAS 기술에 대한 운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체적으로 차량 디스플레이에 경고 문구를 추가하고 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실행할 때 항상 스티어링 휠(운전대)을 잡으라는 안내문을 띄운다. 만약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는 사실을 룸미러 위쪽 카메라가 감지할 경우 도로 상황에 유의해달라는 문구와 경고음을 띄운다. 현대차와 기아도 최근 스티어링 휠 경음기 위쪽에 운전자의 눈동자 흐름을 감지하는 센서를 부착해 안전운전을 유도하고 있다.

코바코는 9월 30일 테슬라 모델 Y 신형과 유사한 형태의 차량을 내세운 공익광고를 공개해 대중의 비판을 받았다. 이 광고 속 내용에 "자율주행 기술 어떻게 사용하시나요?"라는 문구가 논란의 원인 중 하나다. 아직 테슬라는 우리나라에 자체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을 도입하지 않았으며 현재 구현되는 편의기능은 모두 레벨2 수준의 ADAS에 불과하다. 비난을 받은 코바코는 해당 영상 광고를 공개 하루 만에 삭제했지만 라디오 광고는 계속 방송되고 있어 대중의 혼란이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행보조 사양인 오토파일럿 기능이 작동중인 테슬라 모델 3. 운전자가 오랫동안 스티어링 휠(핸들 또는 운전대)을 잡지 않으면 '스티어링 휠을 가볍게 움직이세요'라는 문구가 디스플레이 상단에 나타난다. /사진=조재환 기자


사고 걱정 없는 자율주행 기술의 국내 양산차 도입 가능 시기는 아직 불명확하다. 테슬라는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자체 FSD 도입 시기를 밝히지 않았다.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서 올 연말 구글 웨이모와 협력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지만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의 양산차 적용 시기는 미정이다. GM은 2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전방을 주시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즈오프(Eyes-off)' 기능이 2028년 슈퍼크루즈 기술에 추가된다고 밝혔지만 고속도로 주행시에만 쓸 수 있다. 아이즈오프 기술의 국내 도입 시기는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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