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9조 샤힌 프로젝트' 결실 석유화학 신성장동력 마련

김수민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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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2. 오후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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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서 원유를 정제해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건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에쓰오일


에쓰오일(S-OIL)이 9조원 이상을 투자해 진행 중인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에 최근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글로벌 수요 성장 둔화와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석유화학 산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21일 방문한 에쓰오일 울산 온산공장은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2580억원의 샤힌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데 한창이었다. 현장은 대형 타워, 반응기, 가열로, 컴프레서, 열교환기, 저장탱크와 총 101개의 모듈이 자리 잡아 공장의 윤곽을 갖춘 상태였다.

샤힌 프로젝트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DL E&C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설계·조달·시공(EPC)의 전체 공정률은 85.2%에 달하며 내년 6월까지 총 42개월에 걸쳐 건설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일평균 1만1000명의 작업자들이 토목, 철골, 기계, 배관, 전기, 계장 공사를 진행한다. 피크타임에는 작업자들이 1만2500명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토목공사에는 레미콘 트럭 약 6만대 분량이 투입되며 사용된 전선을 이으면 8300㎞로 울산~서울을 10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현영 현대건설 실장은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4개 정도의 케미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대부분이 2조원대 규모"라며 "(9조원대의) 샤힌 프로젝트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는 처음이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온산공장의 7구역으로 축구장 123개 크기인 88만1000㎡(약 26만6500평) 부지에 건설된다. 현장은 크게 3구역으로 나뉜다. 기존의 울산콤플렉스에 인접한 약 48만㎡에는 스팀크래커, TC2C(Thermal Crude-To-Chemicals) 등 에틸렌 생산시설(패키지1)과 저장시설(패키지 3)이 건립된다. 남동쪽으로 5㎞가량 떨어진 당월지역에서는 약 40만㎡ 규모의 폴리머공장(패키지2)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스팀크래커는 나프타, 액화천연가스(LPG), 부생가스 등을 원료로 에틸렌·프로필렌을 생산한다. 폴리머공장은 스팀크래커에서 생산된 에틸렌을 원료로 폴리에틸렌 제품을 만든다. TC2C 시설은 원유에서 직접 LPG,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신기술을 도입한 곳이다.

샤힌 프로젝트에는 원유 및 부산물을 석유화학 원료로 만드는 최신 기술인 TC2C 공정과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 180만t의 스팀크래커 등 고효율 설비가 포함돼 있다. TC2C는 원유 등의 원료를 전통 방식보다 간소한 분리 및 촉매 기술을 적용해 석유화학 원료용 유분의 수율이 기존 설비 대비 3~4배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신규 시설은 공정 단순화, 에너지효율 극대화, 탄소배출 저감 측면에서 탁월해 에쓰오일의 정유-석유화학 수직 계열화 체제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킬 것"이라며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원유를 정제해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높이 118m의 프로필렌 분리타워, 연간 18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크래커 등이 보인다. /사진 제공=S-OIL


샤힌 프로젝트는 내년 6월 기계적 완공 이후 시운전을 거쳐 본격 가동되며 에틸렌 180만t, 프로필렌 77만t, 부타디엔 20만t, 벤젠 28만t 등의 기초유분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 중 에틸렌은 대부분 폴리머 공장에 원료로 투입되며 플라스틱을 비롯한 다양한 합성소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폴리에틸렌(LLDPE 88만t, HDPE 44만t)을 자체 생산하게 된다.

잔여 에틸렌 및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유분은 주로 국내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업체들에 배관을 통해 공급될 계획이다. 에쓰오일과 울산·온산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석유화학 기업들 간의 안정적인 원료공급을 위한 장기협약이 협의의 막바지 단계다. 신규 배관망 등 물류 관련 인프라 공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울산·온산국가산업단지는 지역의 다운스트림 업체들이 가동률을 높일 경우 기초유분 수입이 필요한 구조"라며 "샤힌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원료를 배관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수입물량을 대체해 다운스트림 생산 업체들의 적시 원료조달과 물류비 절감을 가능케 하고, 장기적으로 산단의 밸류체인 경쟁력 강화와 국가 무역수지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최근 정부가 주도하는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개편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구조적 불황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산업단지별 나프타 분해설비 감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석유화학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물리적 단순 감축보다 업계의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석유화학 사업 재편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떠나 샤힌 프로젝트는 탁월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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