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다음 달 '삼양라면 1963'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1963년 국내 최초의 라면으로 출시됐던 삼양라면의 원형을 재해석한 것으로 면은 우지(소기름)에 튀기고 우골(소뼈)로 우린 국물에 액상수프를 더했다.
일반적으로 라면은 팜유로 튀기지만 삼양식품은 풍미를 살릴 수 있는 우지를 사용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우지가 팜유보다 비싼 점을 반영해 신제품은 1봉지에 1500원 수준의 프리미엄 국물라면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1989년 익명의 투서에서 삼양식품이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상황은 급변했다. 불량식품을 제조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됐고 도봉공장은 약 3개월간 가동이 중단됐다. 이에 따른 피해 규모는 수천억원에 달했다.
이후 재판에서 삼양식품이 합법적인 절차로 식용우지를 수입했음이 밝혀져 1995년 7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는 회복되지 않았다. 당시 60%에 육박했던 삼양식품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15%까지 추락했고 농심·오뚜기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원조 삼양라면'은 단종됐다. 유지도 우지에서 식물성 팜유로 전면 교체됐다.
상반기 매출은 1조821억원으로 반기 기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9.8% 증가한 2541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21.7%로 수익성 면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6월에는 식품 업계 최초로 시가총액 1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삼양식품은 지금이 '국내 최초 라면을 만든 기업'이라는 서사를 복원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신뢰도를 되찾은 데다 우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MZ세대에게는 복고 감성을 자극해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번 재출시는 국물라면 포트폴리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맵탱' '탱글'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라인업을 확장해왔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농심 '신라면', 오뚜기 '진라면'이 국물라면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관건은 우지를 사용한 제품이 국내 소비자의 입맛에 얼마나 부합할지다. 단순한 브랜드 복원을 넘어 시장에서 실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특히 가격경쟁력과 인지도 측면에서 신라면과 진라면에 비견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제품이 국물라면 시장 재공략의 신호탄이 될 수는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팜유에 익숙해져 입맛에 맞을지가 관건"이라며 "정통성과 감성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 시장의 반응을 어느 정도 끌어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