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의 올해 아이디어 페스티벌 대상작으로 비와 눈에도 끄떡 없는 마이크로모빌리티 '액티브옴니내비게이팅트랜스포머(ANT)'가 선정됐다. 서로 협력해 무거운 물체를 옮길 수 있는 '개미'의 영어 단어 'ANT'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제시한 'ANT랩'팀은 상금 1000만원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 참관 기회를 갖게 됐다.
올해 16회째를 맞은 '현대차·기아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2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야외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남양연구소 직원들과 국내 미디어가 참석한 가운데 총 6개 팀이 본선에 진출해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상을 받은 ANT랩은 현대차 선행기술원에서 'e-코너 모듈' 개발을 담당했던 4명의 '샤시선행개발팀' 책임연구원(황상우, 김민준, 박우근, 성준호)이 모인 팀이다.
ANT랩은 이번에 선보인 ANT 마이크로모빌리티 아이디어와 관련해 "기존 방식보다 더 모빌리티에 적합하게 전방향 이동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타이어의 단순한 조향이나 회전에 의존하지 않고 휠 내부의 정교한 기어 기술 방식과 도넛형 타이어를 결합한 것이 ANT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ANT는 휠 전체가 회전할 경우 종방향(위아래 방향) 이동이 되며 타이어 자체가 회전할 경우 횡방향(좌우 방향) 이동이 가능하다. 기존 조향장치처럼 '토우 모션'이 필요하지 않아 제자리에서 회전하거나 옆으로 이동하는 '게걸음 주행'이 가능한 개념이다. 실제로 남양연구소 현장에서 ANT는 사선주행도 쉽게 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ANT랩 관계자는 "마찰로 동력을 전달하는 볼드라이브 방식과 달리 직접적인 기어 구동을 통해 효율이 높고 비와 눈 등 외부 환경 변화에도 강한 성능을 발휘한다"며 "또 지면에 미끄럼 운동을 유발하는 휠과 비교해도 타이어 마모가 적고 외부 환경에도 안정적이어서 일반도로 주행에 더욱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ANT랩은 ANT 모빌리티 개발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횡방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유연성이 필요했지만, 동시에 차량의 하중을 견디는 강건성도 확보해야 했다"며 "설계는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완료했지만 제작은 복잡한 구조 때문에 3D프린팅을 거쳐 조립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ANT랩은 ANT 모빌리티 아이디어 완성품을 구현하기 위한 타이어 2개를 제작하는 데 약 50일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 중 45일은 실패와 수정을 거듭했으며 인쇄 기간 2일과 후처리 3일을 거쳐 완성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번 행사의 최우수상은 디지로그락시스템과 트레일러토잉프리컨디셔닝을 선보인 'FMV'팀과 '수퍼트레일러토잉'팀에 각각 돌아갔다. 이들은 각각 상금 500만원과 현대차그룹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HMGICS) 견학 기회를 얻었다.
현대차·기아는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출품된 일부 아이디어가 실제 양산에 적용됐다고 밝혔다. 2021년도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다기능 콘솔'은 싼타페의 '양방향 멀티 콘솔'로 구현됐다. 또 2023년 대상 수상작인 시각장애인의 버스 탑승을 돕는 '데이지(Day-Easy)'는 LG유플러스와의 협업으로 실증 시험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