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조선 매각주관사인 삼일PwC는 이달 29일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매각 대상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의 특수목적법인(SPC)인 케이선샤인홀딩스와 KHI가 각각 보유한 지분 49.79%를 합친 99.58%다.
케이조선은 과거 STX조선해양으로 2016년 기업회생절차를 거쳐 2021년 유암코·KHI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삼일PwC는 지난달 주요 인수후보에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보내며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시장에서는 케이조선의 매각가를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8월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대한조선의 사례가 벤치마크로 거론된다. 당시 대한조선은 주가순자산비율(PBR) 4.58배가 적용돼 1조9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대한조선의 자본총계가 514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자본금 3840억원 수준인 케이조선도 비슷한 방식으로 평가할 경우 약 1조7600억원의 가치가 산출된다.
실적 지표로 봐도 조 단위 가치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분석된다. 케이조선의 올해 상반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486억원으로, 이를 연환산하면 약 972억원이다. 여기에 조선업계 평균 멀티플인 18배를 대입하면 케이조선의 기업가치는 1조7500억원에 이른다. 최근 대한조선의 멀티플인 10.7배를 적용해도 1조원을 웃돈다.
EBITDA는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이자비용과 세금 등의 지출과 과거 투자에 따른 유무형 감가상각비 등을 빼기 전 순이익을 계산한 값이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EBITDA를 많이 활용한다. 비슷한 업종 내 다른 회사들의 기업가치가 EBITDA 대비 몇배나 되는지를 계산해 멀티플을 구한 뒤 이를 M&A 대상 업체의 EBITDA에 다시 곱하는 식으로 몸값을 추산한다.
다만 재무부담은 매각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조선은 올 상반기 말 기준 1800억원의 자산유동화대출과 약 7500억원(5억2734만달러)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 등 선박 관련 부채를 지고 있다. 인수자는 대주단의 요구에 따라 이들 부채를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RG는 조선소가 정해진 기간 내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경우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이다.
이에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케이조선의 순차입금은 4013억원으로 자기자본(3840억원)을 웃돈다.
그럼에도 케이조선은 마스가 프로젝트의 직접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으로 꼽힌다. 조선소가 있는 경남 진해에는 주한 미해군함대지원부대(CFAC)가 자리했으며, 회사는 과거에 군함을 건조한 경험도 있다. 마스가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로 국내 조선사들이 미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비롯해 △투자 △기술 협력 △인력 양성 등을 함께 추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산업의 특성상 조선업은 경기순환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 업계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의 영향으로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박현준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한국 조선업은 글로벌 발주 위축에도 미국의 정책에 힘입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이 자국 조선업 쇠퇴와 해군력 격차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미국 상선·함정 수주는 한국 조선업의 중장기 성장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조선 수주 호황에 마스가 프로젝트까지 더해지며 국내 조선업의 상승 사이클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면서도 "프로젝트 참여에 따른 투자 부담도 있는 만큼 매각 측과 인수자 모두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