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 산하에 속한 지난 10여 년 동안 대한해운은 체질 개선의 시간으로 평가된다. 2011년 막대한 부채가 쌓여 호흡기를 떼기 직전까지 몰렸으나 2013년 SM그룹의 지원으로 기사회생했다. 이후 대한해운은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보수적 운영 원칙을 고수했으며 현재까지 이러한 재무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회생채권을 보유한 채권단들이 출자전환을 시도하면서 2011년부터 2013년 10월까지 최대주주가 5차례 변경되는 등 지배구조 역시 불안정했다.
회복국면이 본격화된 것은 2013년 SM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부터다. TK케미칼의 주도 하에 진덕산업(현 삼라) 등 그룹 관계사들이 컨소시엄을 꾸려 대한해운의 신주(1650억원)와 회사채(500억원)를 인수했다.
SM그룹 계열로 편입된 이후 대한해운의 재무구조는 완전히 달라졌다. 편입 직전 자본잠식에 빠졌으나 2013년 부채비율을 183%로 개선하며 목표대로 200% 이하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회생계획 이행에 따른 채무면제이익 5000억원, SM그룹의 출자 등을 통해 법정관리 이전 수준으로 재무구조를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대한해운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부채비율이 150%대를 유지했으며 2024년 100%까지 낮췄다. 주요 경쟁 선사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가운데 대한해운은 건전한 재무 상태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82%로 추가로 개선하며 법정관리 졸업 후 가장 안정적인 상태로 평가된다. 올들어 차입금의존도 역시 40% 이하로 축소되며 제한적인 수준에서 외부 차입을 관리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조선가가 상승하면서 해운업 전반에서 신규 투자에 신중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으며 대한해운은 그 중에서도 한층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대한해운의 유형자산 취득액은 2022년 5462억원에서 이듬해 4335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작년에는 5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신조 발주가 멈춘 것과 동시에 노후 선박을 잇따라 매각했다. 중고 선박 가격이 오르자 서둘러 현금화에 나선 것이다. 작년과 올해 VLCC 4척, 노후 벌크선 6척 등을 처분했다. 이를 통해 작년과 올해 각각 5250억원, 3226억원을 확보했다.
이처럼 현금 중심 전략을 펼치는 것과 관련해 시장은 경쟁력 둔화를 우려하기 보단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장기 계약에서 창출되는 이익 규모가 일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실 중심의 전략이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한해운은 특정 화주를 대상으로 전용선을 운영하는 장기 운송계약 비중이 높다. 해당 전용선은 대한해운이 직접 소유한 사선으로 용선을 도입하는 다른 해운사 보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이러한 비용·수익 구조는 시황 변화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안정적이지만 화주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 화주가 물동량을 줄이면 대한해운도 직접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대한해운의 주요 화주는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셸(Shell), GS칼텍스 등이다. 대체로 경기 둔화와 함께 다운사이클에 진입한 업종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발생한 매출은 699억원으로 작년 동기(835억원) 보다 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 등 탱커 매출은 725억원에서 342억원으로 줄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시장 변동성이 커졌을 때는 무리한 외형 확장이 아닌 유동성 확보 중심의 전략이 필요하다"며 "실질적인 재무 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져 최근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조선가가 안정된 이후 신규 투자를 재개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SM그룹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상환하는 선박금융상환액 등을 고려할 때 올해 말 기준으로는 반기 보다 재무비율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진행한 선박 매각은 운항 효율성이 낮은 노후 선박을 정리하기 위한 조치로 향후 선대 구조 개편은 시장 등을 살핀 뒤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