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재상장 완료 이후 5년간 공개매수 방식의 유상증자 등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한국거래소와 확약한 점을 감안했을 때, 신설회사의 배당 및 지분 매각 등을 오너일가의 현금창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상장으로 삼양바이오팜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경우 자연스럽게 현금배당 확대 여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양바이오팜은 2011년 물적분할을 단행한 후 약 10년 만에 삼양홀딩스에 합병됐다. 이는 지주사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해 바이오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한다는 방침에 따른 결과다. 실제로 모회사의 꾸준한 자금조달로 삼양바이오팜의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삼양홀딩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합병 당시 삼양홀딩스의 바이오사업부 매출은 △2022년 1125억원 △2023년 1226억원 △2024년 1382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22년 96억원 △2023년 106억원 △2024년 215억원 등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다만 삼양바이오팜은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지주회사 내 사업부문으로 존재해 제약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재상장될 삼양바이오팜의 시가총액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인적분할로 기존주주는 기존법인인 삼양홀딩스 주식과 신설법인인 삼양바이오팜 주식을 순자산가액을 기준으로 평가해 0.904대0.096 비율로 받게 된다. 이에 따른 양사의 시가총액을 추산하면 삼양홀딩스의 전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8820억원이며, 양사의 시가총액은 각각 7973억원, 847억원 수준이다. 다만 이는 순자산가액에 기반한 단순 추정치로 11월 재상장 시점에 결정될 시가총액은 투자자들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삼양바이오팜은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와 항암제 원료로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추정치보다 높은 시가총액이 예상된다. 회사는 이날 기준 글로벌 봉합원사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으며 45개국 190개 이상의 기업에 원사를 공급하고 있다.
삼양홀딩스의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47.22%지만 자사주(84만8811주)는 신주 배정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이들의 지분은 52.39%로 확대된다. 통상 인적분할 시 기존주주는 주식 수에 따라 신설회사 주식을 동일한 비율로 받게 된다. 그러나 자사주는 배정 대상에서 제외돼 결과적으로 지분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오너일가가 자사주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승계 또는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삼는 이유다.
문제는 김윤 회장의 장남인 김건호 삼양홀딩스 사장과 차남 김남호 씨의 지분이 각각 2.87%, 1.56%에 그친다는 점이다. 우호지분이 많더라도 오너4세들이 직접 보유한 지분이 현저히 적어 외부 상황에 따라 지배구조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설되는 삼양바이오팜의 배당이 오너일가의 현금창구로 활용되며, 이를 이용해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마련된 자금은 지분 매입이나 경영권 강화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신설되는 삼양바이오팜의 지분을 처분하고 지주사인 삼양홀딩스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 등도 있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의약바이오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문화된 사업영역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