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더해 30만개의 일자리가 공중분해되는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홈플러스 M&A를 위한 퍼즐 조각들이 조금씩 맞춰지는 분위기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잠재적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돼온 농협경제지주가 최근 자료 검토에 들어갔다.
홈플러스는 최근 공개매각을 공고하고 이달 31일을 기한으로 인수의향서를 받고 있다. 접수된 기업을 대상으로 다음 달 3~21일 예비실사를 거친 뒤 26일 입찰서를 받는 일정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올해 3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인가 전 M&A를 승인받아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
대주주이자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공개매각으로 선회한 후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이전에 스토킹호스 방식의 매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농협을 비롯해 다양한 유통 대기업들이 원매자로 거론됐지만, 실제로 인수의향서를 낸 곳은 없었다.
하나로마트가 적자에 시달리는 농협으로서는 홈플러스를 반전 카드로 삼을 만하다. 중소도시의 핵심 유통망 역할을 한다는 공공성 측면에서도 하나로마트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도시 거점 매장을 보완하는 스케일업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하나로유통 역시 지난해 매출이 1조27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404억원으로 같은 기간 적자 폭이 26.6% 더 확대됐다.
무엇보다 공공성이 큰 농협이 나설 경우 기업 간 M&A를 넘어 국내 농축산물 유통망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부여될 것으로 전망된다. 먹거리 물가 안정의 주요 통로라는 농협의 성격까지 고려하면 홈플러스 합류는 이런 정책적 기능을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공기업 성격이 강한 농협이 홈플러스 인수에 나선다면 정부의 금융지원을 이끌 원동력이 될 가능성도 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병주 MBK 회장에게 "홈플러스 회생에는 협력 업체와 직원 등 30만명에 달하는 이해관계자가 있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정책금융 지원도 가능하다"며 "인수의향자가 요구하는 조건을 MBK가 얼마나 맞춰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홈플러스의 위기는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수십만명의 생업이 달린 홈플러스가 정말 이대로 문을 닫을 경우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대형마트 폐점의 영향을 다룬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직접고용 노동자를 비롯해 홈플러스 주변 3㎞ 이내 상권의 매출 감소로 약 33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B 업계는 정부의 정책금융 시그널이 홈플러스 M&A에서 핵심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본다. KDB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자금지원으로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만 선다면 홈플러스 인수를 검토할 기업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는 기대다.
IB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되면서 민간은행으로부터의 자금조달이 사실상 막힌 것이 M&A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산은 등 정책기관이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시그널만 보내도 M&A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