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출시된 '마비노기 모바일'은 전체 이용자 중 1020세대가 70%를 넘어설 정도로 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넥슨이 서비스하고 자회사 데브캣이 개발한 마비노기 모바일은 출시 직후 구글·애플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기록하며 넥슨 포트폴리오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했다. 2004년 시작된 21년차 지식재산권(IP)이 Z세대의 선택을 받은 배경은 무엇일까. 이진훈 데브캣 디렉터와 강민철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 사업실장은 이달 20일 서울 성동구 KT&G상상플래닛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과금 유도 배제'를 그 비결로 꼽았다.
강 실장은 이러한 성과의 배경으로 국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이 고액 과금 이용자에 의존해 온 구조를 탈피한 점을 들었다. 그는 "마비노기 모바일은 일평균 구매율은 높지만 1인당 과금액은 낮다"며 "이 같은 건강한 인게임 생태계를 구축해 꾸준히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가 가능했던 이유는 마비노기 모바일이 MMORPG의 기본 특징으로 여겨지는 '경쟁'을 과감히 배제했기 때문이다. 이 디렉터는 "마비노기 모바일은 MMORPG의 본질을 만남과 모험, 협동의 재미로 다시 세웠다"며 "다른 이용자를 '적'이 아닌 '동료'로 설계했고, 생활·소셜 콘텐츠를 중심에 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설계는 경쟁에 지친 102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데이터분석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마비노기 모바일은 올해 9월 국내 MMORPG 게임 중 이용률 1위를 기록했다. 특히 1020세대 이용률은 73.1%에 달했다.
플랫폼 전략 또한 모바일과 PC를 동시에 이용하는 1020세대의 사용 습관을 정조준했다. 모바일과 PC의 경계를 허문 크로스플레이를 기본값으로 설정한 것이다. 넥슨 자체 조사에 따르면 마비노기 모바일 이용자 중 모바일 비중은 65%, PC 비중은 35%로 나타났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2025년 구글플레이 추천 대작 △2025년 3월 앱스토어 에디터 선정 추천게임 △2025년 상반기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1위 등의 기록을 달성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특히 '2025년 상반기 이달의 우수게임'에 선정되며 자동으로 다음 달 열리는 지스타2025 게임대상 후보에도 올랐다. 업계에서는 마비노기 모바일의 게임대상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 디렉터는 "마비노기 모바일을 사랑해주시는 이용자들 덕분에 대상 후보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대상을 꼭 받고 싶다"고 말했다.
넥슨은 마비노기 모바일의 콘텐츠 기조를 '협력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PvP(이용자 간 대결)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다만 PvP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과금 유도 요소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 디렉터는 "웃음을 유발하는 비경쟁형 이벤트 게임과 함께 이벤트성 경쟁 보드게임도 준비 중"이라며 "이용자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다만 신규·복귀 이용자의 성장 사다리 보완, 직업별 밸런스 정교화, 보상 체계 상향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강 실장은 "11월 업데이트를 통해 성장·보상 구조가 어느 정도 정리될 것"이라며 고레벨 이용자들을 위한 '타바르타스 레이드' 업데이트를 예고했다. 타바르타스는 마비노기에 등장하는 골렘 몬스터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마비노기 모바일의 성공으로 인해 원작 마비노기가 카니발리제이션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카니발리제이션은 기업이 새로 내놓은 제품이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존 주력 상품의 매출을 떨어뜨리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이 디렉터는 "유니버스 차원의 시너지를 모색 중"이라며 "카니발리제이션이 아니라 오히려 상호 시너지가 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도 프랜차이즈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진척이 생기면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내년 글로벌 서비스 출시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비스 방식 등 세부 내용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강 실장은 "마비노기 모바일은 글로벌 어느 권역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며 "특히 넥슨이 그동안 꼭 성공시키고 싶었던 북미 시장에서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넥슨의 장기 목표는 마비노기 IP를 차세대 '메이플스토리'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메이플스토리는 넥슨의 대표 MMORPG이자 회사의 3대 주력 IP 중 하나다. 강 실장은 "마비노기 모바일이 20년을 넘어 30년 이상 사랑받는 IP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마비노기 모바일을 더 재미있는 게임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넥슨은 이달 30일까지 마비노기 모바일을 주제로 한 오프라인 팝업전시 '모험가의 기록 전(展)'을 서울 성동구 비컨스튜디오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에서는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며 촬영한 스크린샷을 각각의 주제별로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