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제재 의결서는 아직 사업자(SKT)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며 "조만간 작성을 완료해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와 관련 업계는 SKT는 개인정보위의 과징금 부과 의결서를 받는 대로 내부 검토를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본다. 1348억원은 SKT로서도 상당한 재무적 부담인 데다 소송을 통해 과징금 감액을 시도해 볼만한 선례도 있기 때문이다. SKT는 8월 개인정보위 전체 회의 과정에서 소속 임원이 직접 나서 회사의 반성과 피해 복구 노력을 피력하며 초기 산정액(최대 2759억원)의 51.1%를 감경받는 데 성공했다.
당시 SKT는 다각적인 논리를 동원해 과징금 방어에 나섰다. 자발적 보상안을 강조하는 동시에 위반 행위의 중대성이 낮고 과징금 산정 기준 역시 부당하게 넓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법정에서도 이러한 논리를 재차 펼치며 과징금이 과도하다는 주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과징금 산정 기준이 되는 매출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거나 고의성이 없고 2차 피해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감경 사유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규제 당국이 소송전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개인정보위의 연간 소송 관련 예산은 4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하는 기업들에 비해 제한된 예산으로 외부 법무법인을 활용하기도 어렵고 내부 법률 전문 인력도 한정적이다.
개인정보위는 제재 처분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앞서 고학수 전임 위원장은 8월 처분 당시 브리핑에서 "조사하고 처분하는 과정에서 테스크포스(TF)를 꾸렸는데 조직 규모로 보면 TF 투입 인력은 이례적으로 많은 인력"이라며 "조사 전문가에 더해 법률, 회계 전문가를 투입해 전체 조사를 진행했다"고 강조하며 조사 과정의 철저함과 처분의 정당성을 자신했다.
SKT가 행정소송에 나설 경우 개인정보위 역시 강경하게 대응할 여지가 높다. 개인정보위는 SKT가 기본적인 보안 조치를 하지 않았고 안전조치 의무를 방치했으며 2300만명 규모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전 국민의 불안과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다는 점 등을 근거로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판단했다. 위반 사항이 명확한 만큼 처분의 정당성을 법정에서 입증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임 위원장이 임기 초반부터 거대 기업의 도전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규제 기관의 권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분쟁조정 신청인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결정될 경우 SKT가 조정에 합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앞서 해킹 사고로 결합상품 해지한 고객의 할인반환금 절반을 지급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분쟁조정위의 직권조정 결정도 "회사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과 유사 소송 및 집단분쟁에 미칠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락하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이와 별개로 법무법인 등을 통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개인당 청구액은 3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원고 측 법무법인에 따르면 SKT는 법원에 "청구를 모두 기각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개인정보위의 의결서를 입수한 후 구체적인 답변을 하겠다는 취지다.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첫 변론기일은 다음달 중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