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규제안 분석] ③"김현정 의원의 레버리지 규제, 국내 사모펀드 역차별 우려" [넘버스]

신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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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0. 오후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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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 10월 16일 16시 30분 넘버스에 발행된 기사입니다.


국회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사모펀드(PEF) 규제를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차입한도 축소, 의결권 제한, 운용보고 의무 강화 등 핵심 조항이 한꺼번에 추진될 경우 자금조달과 인수합병(M&A)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로터>는 7개 대형 법무법인(세종·광장·화우·바른·대륙아주·태평양·지평) 변호사들에게 사모펀드 규제 법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법조계는 이번 개정안이 투자구조와 거래관행에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차입 규제와 의결권 제한을 병행할 경우 해외 사모펀드와의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고, 보고 의무는 비효율성을 야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레버리지 400→200%, 한계기업 M&Aㆍ신속한 구조조정 저해"
7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은 일부개정안이 공모펀드 수준의 통제장치를 사모시장에 적용하는 과잉 규제라는 우려를 공통적으로 나타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 차입한도를 자본총액의 400%에서 200%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의 법인회생을 지적하면서 무리한 차입과 인수 대상 기업 자산 등을 담보로 한 차입매수(LBO) 방식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과도한 차입으로 기업은 막대한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재무구조도 악화한다는 것이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제공=김 의원실
반면 일률적인 레버리지 축소는 자산운용 제약과 자금조달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해외 사모펀드와 비교해 자금조달 면에서 국내 사모펀드가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브리지론 등으로 딜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일시적 차입을 막을 경우 딜 자체가 성사되기 어렵다"며 "해외 사모펀드와 자금조달 경쟁력 격차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대상 기업의 재무상황을 레버리지 비율에 포함할 경우 한계기업 M&A나 신속한 구조조정을 저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형로펌 관계자는 "인수금융 한도를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낮추는 방안은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며 "국내 사모펀드의 인수금융은 자기자본 투자액의 100%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반박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한 변호사는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투자성 상품으로 파생상품과 달리 원금 초과 손실이 날 수 없다. 차입한도를 현행보다 축소해 규제한다면 투자자 보호보다는 레버리지 투자를 억제해 투자자들의 위험 대비 수익률을 감소시킬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사모펀드 차입한도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김 의원은 "레버리지 규제는 과도한 조항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유럽의 규제 수준과 비교해도 무리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김 의원은 "유럽연합(EU)은 대체투자펀드운용지침(AIFMD)으로 레버리지 비율을 엄격히 관리하고 미국도 사실상 자본 대비 200% 수준에서 규제한다"며 "레버리지를 줄이면 단기적인 유동성 축소가 초래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와 투자자 기반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복·과잉 보고는 비효율적" vs "반드시 필요한 조치"
또 다른 쟁점은 운용보고 의무 강화다. 이미 상법과 형법상 이해상충 거래에 대한 규제가 있어 동일한 내용이 중복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자본시장법 역시 사모펀드 운용 과정에서 이해상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제한하는 행위 규제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안은 특수관계자 거래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자산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이해상충 여부와 통제수단을 별도로 보고하도록 해 중복 규제와 행정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세종 변호사는 "사모펀드는 전문투자자로 제한된 사적 시장으로 당사자 간 계약에 따라 규율하는 것이 법경제학적으로 효율적"이라며 "개인 등 일반투자자들은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반투자자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작고 법으로 규제할 당위성도 낮다"고 해석했다.
/그래픽 = 박진화 기자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도 "사모펀드가 SPC를 활용하는 M&A는 일반적인 구조로 자산거래 시 이해상충 여부와 통제수단을 항상 보고하도록 하면 합리적 근거 없이 펀드를 규제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가장 큰 부작용은 해외 사모펀드와의 역차별과 국내 사모펀드 경쟁력 약화, M&A 위축 등"이라며 "일부 내용은 다소 과도한 규제로 생각된다"고 전했다.반면 김 의원은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기본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사모펀드의 포트폴리오 간 교차대출로 소액주주의 권익이 침해된 적이 있으며, 이는 독립적인 이익 추구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김 의원은 "운용사가 관리하는 여러 펀드나 계열사를 동원해 부실자산을 떠넘기거나 특정인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행태를 막는 차원에서 이해상충 가능성을 통제해야 한다"며 "보고 의무는 감독당국과 유동성 공급자가 구조 적정성과 공정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올해 6월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모펀드의 약탈적 구조조정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투자자 보호와 펀드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책임투자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과도한 차입펀드를 제한하고 내부거래를 통제하는 개혁의 시작"이라며 "개정안 발표 이후 레버리지 한도를 최대한 끌어 쓴 사모펀드들이 사업에 지장이 크다며 앞다퉈 의원실에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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