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사모펀드(PEF) 규제를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차입한도 축소, 의결권 제한, 운용보고 의무 강화 등 핵심 조항이 한꺼번에 추진될 경우 자금조달과 인수합병(M&A)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로터>는 7개 대형 법무법인(세종·광장·화우·바른·대륙아주·태평양·지평) 변호사들에게 사모펀드 규제 법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법조계는 이번 개정안이 투자구조와 거래관행에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차입 규제와 의결권 제한을 병행할 경우 해외 사모펀드와의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고, 보고 의무는 비효율성을 야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 차입한도를 자본총액의 400%에서 200%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의 법인회생을 지적하면서 무리한 차입과 인수 대상 기업 자산 등을 담보로 한 차입매수(LBO) 방식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과도한 차입으로 기업은 막대한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재무구조도 악화한다는 것이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브리지론 등으로 딜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일시적 차입을 막을 경우 딜 자체가 성사되기 어렵다"며 "해외 사모펀드와 자금조달 경쟁력 격차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대상 기업의 재무상황을 레버리지 비율에 포함할 경우 한계기업 M&A나 신속한 구조조정을 저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형로펌 관계자는 "인수금융 한도를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낮추는 방안은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며 "국내 사모펀드의 인수금융은 자기자본 투자액의 100%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반박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한 변호사는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투자성 상품으로 파생상품과 달리 원금 초과 손실이 날 수 없다. 차입한도를 현행보다 축소해 규제한다면 투자자 보호보다는 레버리지 투자를 억제해 투자자들의 위험 대비 수익률을 감소시킬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사모펀드 차입한도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김 의원은 "레버리지 규제는 과도한 조항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유럽의 규제 수준과 비교해도 무리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김 의원은 "유럽연합(EU)은 대체투자펀드운용지침(AIFMD)으로 레버리지 비율을 엄격히 관리하고 미국도 사실상 자본 대비 200% 수준에서 규제한다"며 "레버리지를 줄이면 단기적인 유동성 축소가 초래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와 투자자 기반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안은 특수관계자 거래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자산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이해상충 여부와 통제수단을 별도로 보고하도록 해 중복 규제와 행정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세종 변호사는 "사모펀드는 전문투자자로 제한된 사적 시장으로 당사자 간 계약에 따라 규율하는 것이 법경제학적으로 효율적"이라며 "개인 등 일반투자자들은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반투자자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작고 법으로 규제할 당위성도 낮다"고 해석했다.
김 의원은 올해 6월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모펀드의 약탈적 구조조정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투자자 보호와 펀드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책임투자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과도한 차입펀드를 제한하고 내부거래를 통제하는 개혁의 시작"이라며 "개정안 발표 이후 레버리지 한도를 최대한 끌어 쓴 사모펀드들이 사업에 지장이 크다며 앞다퉈 의원실에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