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일각에서는 "승인은 났지만 진입은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고팍스가 '바이낸스코리아'로 리브랜딩할지, 기존 명의를 유지할지도 관심사다.
즉 고팍스는 바이낸스글로벌 오더북에 직접 접속할 수 없고 국내 거래 데이터는 고팍스 서버에서만 처리·운영해야 한다.
실명계좌 역시 기존 전북은행 제휴 체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 명의로 새 계좌를 개설하려면 외국계 대주주에 대한 은행의 재심사와 금융당국의 적격성 검증이 다시 필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단순한 진입이 아니라, 국내의 규제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현지화 전략을 펼칠지가 핵심 변수"라며 "특히 오더북 공유 여부가 결정적이다. 이 부분이 허용되면 업비트·빗썸 중심의 시장 구도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 기준에 맞춘 자체 AML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규제 수준은 FATF 기준보다 한층 높다. 특히 트래블룰(가상자산 송수신자 정보전송 의무)은 FIU가 지정한 국내 전용망(VerifyVASP, CODE 등)을 통해서만 인정된다.
이 때문에 고팍스와 바이낸스글로벌 간의 직접송금이나 자산이동은 불가능하다. 바이낸스의 핵심 경쟁력인 '글로벌 유동성 풀(Liquidity Pool)'이 한국에서는 제도적으로 차단된 셈이다. 결국 국내 이용자들이 고팍스를 통해 거래하더라도 바이낸스글로벌의 풍부한 유동성을 그대로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FIU의 수리는 오너 리스크 해소와 글로벌 규제환경 변화에 맞춰 이뤄졌지만 바이낸스의 유동성이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순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결국 바이낸스는 SEBC를 '바이낸스재팬'으로 리브랜딩하고 서버, AML 시스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모두 일본 현지 기준에 맞춰 재구축했다. 이 과정에만 약 1년이 걸렸으며 초기에는 상장종목 수와 거래 기능이 기존 바이낸스글로벌에 비해 크게 제한됐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규제 구조가 일본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고팍스 by 바이낸스' 형태로 장기간 병행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리브랜딩은 가능하겠지만 당장의 실질적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는 외국계 거래소가 국내 등록사업자를 지배하는 첫 사례다. 그러나 현행 특금법에는 외국계 거래소 진입에 대한 명확한 절차 규정이 없다. 이번 FIU의 수리 역시 '대주주 변경 승인'으로 처리됐을 뿐 새로운 형태의 외국계 거래소 인가 절차가 도입된 것은 아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낸스닷컴은 미인가 거래소로 해외에서 100배 레버리지 등 파생상품 영업을 하고 있다"며 "국내 거래소들은 불가능한 행위를 바이낸스에만 허용한다면 규제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SEBC 같은 오더북 공유가 아닌 별도법인 운영 방식이 타당하다"며 "국내에서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FIU의 수리로 바이낸스가 법적으로는 국내 시장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서버 위치, 데이터 처리, AML, 트래블룰 등 운영 전반에서 기술적·제도적 장벽이 여전히 높다. 고파이 상환으로 신뢰 회복의 첫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실질적인 시장 진입과 유동성 결합을 위해서는 규제 환경의 정합성과 감독체계 명확화가 뒤따라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국내법상 현행 체계에는 외국계 거래소 진입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이번 수리는 예외적인 일로 향후 유사 사례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