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한국 재진입]② 멈췄던 3년…바이낸스, 미뤄온 '고파이' 상환하나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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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7. 오후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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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며 4년 만에 한국 시장에 재진입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행보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과 규제 환경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살펴봅니다.
/이미지 제작=챗GPT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임원변경 신고 승인을 받으며 한국 시장 재진입의 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고파이(GOFi)' 미지급금 상환 여부에 쏠리고 있다. 2022년 이후 장기간 미해결 상태였던 만큼 바이낸스가 이를 어떻게 마무리해 신뢰를 회복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일각에서는 FIU 승인 과정에서 상환계획이 제출돼 당국이 이를 감안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낸스가 수년간 묶여 있던 문제를 정리해 '신뢰 회복'에 나설지 주목된다.

'FTX 붕괴'로 시작된 고파이 사태
고파이는 고팍스가 2021년부터 운영한 가상자산 예치 상품이다. 이용자가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등을 맡기면 해외 운용사가 이를 운용해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2022년 11월 글로벌 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연쇄적으로 운용사였던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이 출금을 중단했다. 이에 고파이 예치금도 함께 묶이면서 고팍스는 투자자들에게 이를 돌려주지 못했다. 당시 피해 규모는 1479억원에 달했다.

이에 바이낸스가 2023년 2월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분 67%를 인수하며 해결사로 나섰다. 당시 바이낸스는 인수 조건으로 고파이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산업회복기금(IRI)을 활용해 투자자들의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일부 예치금이 상환됐지만 나머지는 FIU의 대주주 변경 승인 절차가 완료된 후로 미뤄졌다.

이는 바이낸스의 '국내 재진입' 시도이기도 했다. 바이낸스는 2020년 국내 계열사인 바이낸스코리아를 설립하는 등 여러 차례 진출을 타진했으나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 도입으로 사업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심사가 3년 가까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FIU가 스트리미의 임원변경 신고를 수리하지 않으면서 고파이 미지급금 상환도 함께 지연됐다. 'FIU 승인 이후 본격 상환'이라는 입장이 3년간 되풀이된 셈이다.

FIU 승인 났는데 검토 중…재원 확보 논란
FIU가 스트리미의 임원변경 신고를 공식 수리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상환 일정에 쏠리고 있다. 고팍스는 이달 16일 공지에서 "고파이 예치금 상환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대주주 바이낸스와 재원 확보 및 소액주주 동의 등 후속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환 절차의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은 확정되는 대로 안내하겠다"며 "고객 자산 상환 이행과 이용자 보호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지 내용 중 '재원 확보를 검토 중'이라는 표현에 대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의문이 제기됐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고파이 단톡방에 공지가 올라왔는데 '예치금 상환을 위한 재원 확보 및 소액주주 동의'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바이낸스 측은 2023년 4월 간담회에서 고파이 지급을 위한 코인을 미리 매입해뒀다고 밝혔다"고 했다. 이어 "제대로 된 공지라면 '신고수리가 완료됐기에 저희가 미리 준비해둔 재원으로 보상을 신속하게 완료하겠습니다'였어야 한다"며 "재작년에 확보한 재원이 어디로 사라지기라도 한 걸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바이낸스는 2023년 당시 일부 코인 자산을 미리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규모나 운용 현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공지에 '재원 확보 및 소액주주 동의 검토'가 언급되면서 당시 확보된 자금의 사용내역과 실제 상환재원 마련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은 셈이다.
이준행 전 고팍스 대표가 미디엄에 밝힌 입장문 /자료=미디엄 입장문 갈무리
이준행 전 대표의 공개 촉구
같은 날 고팍스 공동창업자이자 전 대표인 이준행 대표도 입장문을 내고 바이낸스의 신속한 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2023년 2월2일 바이낸스에 고팍스 주식을 매각했을 때 전제조건은 고파이 전액 상환이었다"고 밝혔다. 또 "고파이 채무 전액을 사재로 떠안고 회사를 넘긴 것"이라며 "고파이 피해액만큼을 주식 가격에서 할인해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바이낸스가 고파이 상환 명목으로 이미 '할인' 형태의 대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그는 "2년 반 동안 고파이 고객들은 절반만 상환받았으며, 그것도 대부분 바이낸스 재원이 아니라 고팍스 재원을 판 것"이라며 "매각대금도 창업자들에게 한 푼도 지불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고 수리가 바이낸스의 명분이었지만, 이제 수리됐으니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고파이 전액상환은 바이낸스의 호의가 아닌 고객의 온전한 권리"라며 "모든 투자금이 지체 없이 상환되도록 바이낸스의 신속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고팍스는 '최우선 과제'임을 내세워 상환 의지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이 전 대표는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며 즉각적인 이행을 요구했다. 이러한 온도 차를 보이는 가운데 바이낸스가 어떤 속도와 범위로 상환에 나서느냐가 신뢰 회복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처드 텅 바이낸스 대표는 올해 9월 진행된 '바이낸스블록체인스터디(BBS)'에서 "고팍스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규제당국의 승인이 필요하고, 특정 주주의 동의를 포함한 주주들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지속적인 투자를 위해 (규제가) 명확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원금 전액 상환을 전제로 하되 지급방식이 현금인지 가상자산인지에 따라 체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분할 상환될 경우 일부 이용자들은 추가 지연에 따른 손실이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금융당국 역시 고파이 상환 이행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FIU가 대주주 변경 수리 과정에서 '이용자 보호'를 핵심 심사기준으로 삼은 만큼 상환 진행 여부는 향후 감독과 갱신신고 등 제도 운영의 신뢰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고파이 상환은 단순한 재무적 조치가 아니라 글로벌 거래소가 국내 이용자 보호와 책임경영을 어떻게 실천할지를 보여주는 첫 사례라 의미는 더욱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FIU 수리 이후에는 행정적 제약이 사라지기 때문에 상환이 미뤄질 이유는 사실상 없다"며 "바이낸스는 약속한 대로 고객 상환부터 이행해야 한다. 기술적 통합이나 규제 이슈는 시간이 해결할 수 있지만, 신뢰는 약속 이행으로만 회복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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