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X2025] 박세진 리가켐 사장 "ADC 시장 핵심은 속도전…돈으로 시간 산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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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7. 오후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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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BIX2025' 파트너링 라운지에서 만난 박세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사장. 그는 COO이자 CFO로서 기술중심 조직을 '사업형 바이오텍'으로 전환하는 설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전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누가 먼저 좋은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임상단계에 진입해 상업화에 가까워지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돈 없이 할 수 없으므로 돈으로 시간을 사며 세계 최고의 파이프라인을 빨리 만들어내 대형 기술이전(LO)을 성사시키는 것이 우리 회사의 기본전략이다."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2025(BIX2025)'의 파트너링 라운지에서 만난 박세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이날 '바이오 생존 전략으로서의 인수합병(M&A)'을 주제로 한 콘퍼런스의 연사로 나섰다.

그는 1987년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MBA)을 거쳐 대덕연구단지에 소재한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연구관리자 경력을 쌓았다. LG화학에서 기획·인사팀장, 전략기획팀장, 영상소재사업부 팀장 등으로 일한 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사장에 올랐다. 현재 박 사장은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기술중심 조직을 '사업형 바이오텍'으로 전환하는 설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속도전 핵심, "돈으로 시간을 산다"
박 사장은 인터뷰 내내 '시간'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그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에서의 경쟁은 기술만큼이나 속도가 중요하다"며 "누가 먼저 좋은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임상단계에 진입해 상업화에 가까워지느냐 하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기술력만으로는 시장을 선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속도가 곧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속도전은 중국에서 비롯됐다. 박 사장은 "우리가 ADC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5년이 됐지만 현재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경쟁자들은 이미 전 세계에 퍼져 있고, 특히 중국은 임상 진입 속도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돋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글로벌 빅파마들은 기술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임상 진전이 빠른 기업을 원한다"며 "기술력이 조금 떨어져도 누가 더 빨리 임상에 들어가느냐가 시장의 룰"이라고 덧붙였다.

리가켐은 이 같은 환경에서도 '돈으로 시간을 사는' 전략을 택했다. 그는 "ADC 임상1상 하나를 하려면 600억~700억원이 소요된다"며 "이런 파이프라인 10~15개를 동시에 돌리려면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메우기 위해 지난해 오리온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며 "이렇게 확보한 6000억~7000억원의 현금으로 우리가 가진 기술이 따라잡히기 전에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임상에 올리는 것이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돈으로 시간 사기'는 김용주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을 승계한 것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김 대표의 경영철학 중 하나인 '돈으로 시간을 산다'는 원칙을 전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자금운용과 개발속도 간 균형을 설계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자금·의사결정, 'R&D 우선' 구조로
자본배분과 의사결정에서도 최우선시되는 요소는 단연 연구개발(R&D)이다. 그는 "신약 R&D 회사의 모든 자금은 결국 R&D 결과에서 나온다"며 "R&D에 대한 의사결정은 CEO, 연구소장, 프로젝트 연구 책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게이트디시전시스템(GDS)을 통해 이뤄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말지, 다음 단계로 가져갈지, 얼마를 투입할지 등은 그 시스템을 거쳐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COO와 CFO의 임무가 구분된다. R&D 단계에서 필요한 금액이 확정되면 박 사장은 CFO로서 이를 통합 계산해 연도별 필요자금을 산출하고, 부족분이 발생하면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올해 얼마, 내년에 얼마, 2~3년 후에는 얼마가 필요한지를 계산한 뒤 보유 현금이 충분한지를 판단한다"며 "부족하다면 오리온과의 제휴 같은 파트너십이나 다른 조달방식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집행 단계에서는 COO의 역할이 강화된다. 그는 "필요한 돈을 확보한 뒤에는 내부 의사결정기구의 멤버로서 실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며 "연구와 재무의 두 축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구조로 움직이는 것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운영체계"라고 강조했다. R&D 속도전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의사결정과 자금집행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COO로서 글로벌 제휴사들과의 협업을 조율하는 데도 주력한다. 그는 "기업별로 협력하는 관계가 다르다"며 "씨스톤이나 포순처럼 LO 이후 파트너가 독자적으로 개발을 주도하면 리가켐은 원천기술 보유자로서 정보를 공유하고, 이 과정은 조인트디벨롭먼트커미티(JDC)를 통해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얀센(J&J)과는 리가켐이 주도하며 JDC로서 공동 의사결정을 한다"며 "익수다의 경우 리가켐이 최대주주로서 이사회 의장을 맡아 정기 이사회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 이원화+인재 확보로 퍼스트무버 가속
박 사장은 시간단축의 본질이 사람과 조직에 있다고 본다. 그는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기존 2~3년에서 1년 남짓으로 줄이기 위해 연구체계부터 재편했다"며 "우리 연구소는 기존 ADC 경쟁력 강화 부문과 차세대 플랫폼 연구 부문으로 이원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조직이 당면과제에 치중하면서 미래 경쟁력 확보에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원화된 연구소 체제에서 각 부문은 명확히 분리된 임무를 수행한다. 기존 연구소는 링커·페이로드 등 핵심 기술을 차별화해 글로벌 선두권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반면 신설된 연구소는 차세대 ADC 기술과 면역항암제 결합, 비(非)항암 적응증 탐색 등 '비욘드 ADC' 영역을 담당한다. 그는 "이 분야를 이끌 글로벌 제약사 출신 연구소장을 영입할 예정이며, 두 연구소의 비중을 거의 5대5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직재편과 함께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나섰다. 그는 "국내에는 ADC 임상 경험자가 많지 않다"며 "그래서 보스턴 현지법인 ACB를 중심으로 글로벌 인재를 직접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리가켐은 미국 동부·서부를 순회하며 재미 한인 과학자를 대상으로 첫 리크루팅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연구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트랜슬레이셔널리서치(TR) 전문가 확보에 집중한다는 것이 박 사장의 설명이다.

이 같은 내부혁신 또한 김 대표의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 박 사장은 "김 대표의 경영철학에 따라 과거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가 이뤄야 할 목표가 지금 눈앞에 있다는 절박함으로 한시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최고 인재를 영입하며 퍼스트무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성과를 낸 연구자들에게 기술이전 금액의 5~10%를 포상금으로 지급하고 전 직원에게 5~6년간 10% 수준의 스톡옵션을 부여했으며, 올해부터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중심으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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