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서 기업으로"…증권업, 생산적 금융의 길을 묻다[현장+]

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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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조대형 국립순천대 경제학 교수, 손종민 한화투자증권 기획관리실장, 송경재 유진투자증권 전략기획실장,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서정학 IBK투자증권 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이충훈 삼성증권 IB부문장, 김동식 하나증권 경영전략본부장 등이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증권업계 역할 및 성장전략' 세미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투자협회
증권업계가 한국 경제의 성장축을 '비생산적 자금에서 생산적 자본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모았다. 리스크 회피 대신 혁신기업을 키우는 모험자본 공급자로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증권업계 역할 및 성장전략' 세미나에서는 정부의 추진 방향과 업계의 대응 과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 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중기특화 증권사와 초대형 투자은행(IB) 모두가 기업금융 중심의 자본공급자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우리 경제는 역동성이 둔화되고 가계자산은 부동산에 쏠렸으며 주식시장은 높은 할인율로 저평가가 고착된 상태"라며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금융의 마중물 확대, 감독 개선, 자본시장 활성화를 세 축으로 꼽았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증권업계 역할 및 정책 과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발행어음·IMA 제도는 초대형 IB의 모험자본 공급을 제도화한 조치로 평가됐다. 의무공급 비율은 2028년까지 25%로 단계적 확대되고, 부동산 자산 운용한도는 2027년까지 10%로 낮아진다. 다만 종합금융투자사업자 10곳의 모험자본 잔액은 12조8000억원(총자산 대비 2.23%, 자기자본 대비 19.4%)에 그쳐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부원장은 신기술사업금융업 진입 규제 완화, 포지 업무집행조합원(GP) 참여 확대, 중기특화 증권사 인센티브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성장기업의 채권조달 수단인 하이일드 펀드(올해 6월 기준 수탁고 4조4000억원)에 대한 세제 분리과세 재도입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IB 수익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을 반성해야 한다"며 자금의 흐름을 기업금융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 벤처캐피털(VC), 기업공개(IPO)로 급히 이어지는 국내 자금조달 구조 속에서 '스케일업 단계'가 생략된 점을 지적하며 "조건부 지분인수·전환 등 메자닌·프라이빗 크레디트 투자를 활성화해 성장 단계의 자금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이 '진정한 기업금융의 시대 : 첨단산업 성장ㆍ재편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을 주제로 세미나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윤 사장은 발행어음과 IMA 자금이 올해 44조원에서 2030년에는 160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금융 비중이 50%를 넘으면 국내 기업금융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22조원에서 112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증권사가 총액인수, 세컨더리 시장 유동성 공급, 인수합병(M&A) 주선, 지배구조 단순화 등 전 과정에서 '풀스택 금융'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윤 사장은 전통산업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지적했다. 정부의 산업정책과 금융권의 후속 지원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디스트레스 금융, 유휴설비 통합 및 거래 중개 등 특수상황 금융 역량을 강화해 산업 재편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사장은 중기특화 증권사의 현황과 개선 과제를 짚었다. 그는 "제도 도입 이후 모험자본 공급은 연간 2조6000억원에서 4조4000억원대로 늘었고 누적 14조원 이상을 지원했다"며 "IBK증권이 이 가운데 약 30%인 3조8000억원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사장이 '중기특화 증권사 운영 현황 및 개선 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IBK증권은 코넥스 상장 36개사(전체의 21%)를 주관했고, 중소벤처 IPO 31개사 4771억원, 프라이머리 CBO(Primary 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 발행 지원 3400개사 2조7000억원 등 다양한 실적을 거뒀다. 스펙 합병 성공률은 82%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그는 제도 개선을 위한 다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직접투자(20%)와 출자(16%)로 다른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위험가중치를 16%로 통일 △기관 확약 미달 시 주관사 의무보유(최대 30억원·6개월)의 완화 △정책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 완화와 전용펀드 상시 조성 △증권금융 담보 요건 완화 △중기특화 증권사 지정기간을 2년에서 3년 이상으로 연장 및 평가체계 차등화 등이다.

서 사장은 과거 벤처금융이 부실로 끝났던 반면 기술금융은 제도적 안전장치를 통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제도의 대상은 동일했지만 기술평가·사업성 검증·사후관리 등 체계적인 심사와 관리 시스템이 성패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이어 생산적 금융 150조원 시대를 맞아 이러한 표준화된 심사·모니터링 체계가 필수적이라며 금융권이 투자 심사 전문성과 사후관리 역량을 함께 강화해야 자금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기업금융 정상화'라는 큰 방향을 분명히 했다. 발행어음과 IMA, BDC 등 제도적 기반이라는 수도관은 이미 깔린 만큼 앞으로는 NCR·IPO·담보 규제의 정교한 조정과 함께 프라이빗 크레디트·메자닌 등 중간 자금시장 확충, 평가·사후관리 체계라는 안전판을 구축하는 일이 과제로 제시됐다.

증권업계는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부동산에서 기업으로"라는 기조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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