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해부터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자체사업인 전자BG부문에서 급격한 성장을 하고 있다. ㈜두산은 최근 SK실트론의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두산그룹이 반도체를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만큼 인수합병(M&A)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두산은 이달 2일 SK실트론의 인수와 관련해 "검토중이며 확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두산은 자체사업으로 전자BG(전자소재)와 통합 IT서비스 사업(디지털이노베이션BU)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전자B 사업은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 자체사업은 매출 5586억원, 영업이익 1420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6.3%, 263.2% 증가한 규모다.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자체사업 총 영업이익 1412억원을 넘어섰다.
㈜두산 전자BG부문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최신형 인공지능(AI) 가속기인 블랙웰용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AI 가속기와 800G 등 하이엔드 소재의 공급이 확대됐고 ㈜두산도 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두산의 전자BG 부문의 외형 성장 및 수익성 개선은 2027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해당 부문 성장을 이끌고 있는 네트워크 보드용 CCL의 생산능력이 2026년 말까지 약 50% 증설이 예정돼있다"며 "또 반도체 패키지 CCL부문도 업황 개선에 따라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가 예상되고 AI 칩을 자체적으로 개발 및 공급하겠다는 빅테크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동사의 잠재 고객도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핵심사업을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 등 3대 부문으로 선정했다. 이중 반도체 및 첨단소재부문은 현재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사업을 담당하는 두산테스나가 맡고 있다. 다만 두산테스나는 아직 본격적인 성장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올 2분기 매출 759억원, 영업손실 21억원을 냈다.
㈜두산은 반도체사업의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M&A)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은 최근 SK㈜가 보유한 SK실트론의 경영권 지분 70.6%를 대상으로 SK그룹과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SK실트론의 몸값을 5조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차입금 3조원을 제외하면 2조원 전후로 추산된다.
두산그룹은 과거 소비재 중심에서 현재 중공업 중심으로 주력 사업을 바꾸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M&A를 활용해 성장을 이뤄냈다. 2001년 한국중공업을 사들여 기반을 마련한 뒤 고려산업개발, 대우종합기계, 미쓰이밥콕, 두산밥캣 등을 연달아 인수했다.
2022년 3월에는 반도체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약 4600억원을 투자해 국내 반도체 테스트 1위 기업 두산테스나를 인수했다. 이어 2024년 2월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기업 엔지온을 인수하면서 테스트를 담당하는 두산테스나와 시너지 효과를 강화했다.
㈜두산이 이번 SK실트론의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은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성격의 M&A로 보인다. ㈜두산의 전자BG부문이 생산하는 동박적층판은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소재로 반도체 패키징 단계에서 사용되며 두산테스나도 테스트 등 후공정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SK실트론은 반도체 칩을 만드는 토대인 원판인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두산그룹의 반도체사업과 직접적인 시너지 효과는 작다.
다만 ㈜두산이 반도체사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력한 만큼 SK실트론 M&A에 성공한다면 반도체·첨단소재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 SK실트론이 연간 2조원가량의 매출을 내고 있어 급격한 외형 확대도 꾀할 수 있다.
투자 재원은 ㈜두산이 보유한 현금성자산과 추가 차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기 별도 기준 ㈜두산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1조2709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두산의 전자 BG부문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본격적으로 현금 유입이 확대될 전망이다. ㈜두산이 M&A 자금조달 방식으로 증자나 교환사채(EB) 발행은 고려하지 않고 있어 부족한 자금은 차입 형태로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