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수익성 개선 핵심 전략으로 개인사업자 '담보대출' 출시를 확정했다. 넘치는 수신과 비교해 여신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피해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압도적인 플랫폼 영향력을 바탕으로 중·저신용자 비중이 높고 1000조원에 이르는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을 공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 '포용금융'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달 말 신규 상품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올 2분기 기준 5.6% 수준인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을 2030년 18%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6·27 가계대출 관리 방안으로 하반기 가계대출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기업대출을 늘려 원화대출금 성장 목표 10%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런 일환으로 6월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1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했다. 금융권 최초로 비대면 사후점검 절차를 도입해 대출 및 점검 등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구현해 고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카카오뱅크는 구조적으로 수신 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돌파구로 이번 상품을 출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은 신용대출과 비교해 금리가 낮고 한도가 높아 대출 잔액 확대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담보를 기반으로 한 리스크 통제가 가능하다면, 중·저신용 개인사업자 시장은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2분기 기준 수신 잔액은 약 63조7000억원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여신은 44조8000억원으로 예대율이 70%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말 2.15%에서 2분기 1.92%로 0.23%p 하락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치열해진 시장 경쟁으로 대출 마진이 줄어든 데다,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자금 운용에도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가운데 개인사업자 담보대출 시장에 먼저 진출한 케이뱅크의 성공은 카카오뱅크의 도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7월 '사장님 담보대출'을 출시한 이후 14개월 만에 취급액 4200억원을 넘어섰다. 개인사업자 대출 전체(신용·담보)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서 연평균 7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1990만명 월간활성이용자수(MAU)에 이르는 압도적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개인사업자 담보대출 상품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기대된다. 케이뱅크는 MAU를 공개하지 않지만 400만명 정도로 알려졌고, 토스뱅크는 880만명 수준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5년간 은행 플랫폼으로 우위를 확보한 것은 자명하다"며 "10월 출시한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을 4분기부터 주력상품으로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 전략은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기조에도 발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사업자 대출 고객 10명 중 6명은 중·저신용자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담보를 가진 중·저신용자를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위험을 관리하면서도 포용금융을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대출 잔액 비중은 33.1%로 1분기 말(32.8%) 대비 0.3%p 올랐고, 같은 기간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는 33.7%에서 49.4%로 15.7%p 급등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에 연간 신용대출 총량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저신용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불법사금융으로 쏠림을 막기 위한 포용금융 정책의 일환이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9%, 전분기보다 15.3% 감소한 107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수신 증가폭보다 여신 증가폭이 더뎌 NIM이 0.12%p 하락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광고선전비 및 전산운용비 등 100억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비대면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을 선보이는 등 금융상품을 다양화하고 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사업자들에게 어려운 시기에 포용금융을 실천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