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한다.
최근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인텔이 ASML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지난 두 달간 최소 4개의 증권사가 삼성전자와 인텔 등 주요 고객사의 실적 개선 전망을 반영해 ASML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부진을 겪은 이후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은 테슬라와 미국 텍사스의 신규 공장에서 반도체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회사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이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인텔은 엔비디아와 미국 정부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향후 설비투자 확대 여력을 확보했다.
관건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4 제품에서도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업체들의 인증을 획득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는 내년 ASML 주문량을 좌우할 변수가 될 수 있다.
바클레이즈의 사이먼 콜스 애널리스트는 "인텔은 이미 필요한 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대부분 확보했고 삼성 파운드리 부문도 회복세이긴 하지만 단기간 내 ASML의 주요 주문원이 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오는 15일 있을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ASML이 2026년 실적에 대해 보다 낙관적인 전망치를 제시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투자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AI 열풍이 ASML 장비 주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센티브글로벌이쿼티펀드의 라인데르 비에츠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은 ASML의 2026년 전망에 집중하고 있다"며 "AI 관련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투자 확대가 ASML의 주문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ASML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무역 마찰로 인해 2026년도 성장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하루 만에 11% 급락하며 반도체 업종 전반에 충격을 줬다.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반도체 장비 등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기로 합의하면서 미국 고객사의 주문 지연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미중 무역 갈등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있다. ASML은 중국산 희토류 소재에 의존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을 겨냥해 수출 통제 명단 대상을 확대하면서 중국으로의 장비 판매가 더 큰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중국 반도체업체들이 수년간 장비를 비축해온 이후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JP모건에 따르면 최근 ASML의 상승세는 주로 헤지펀드가 주도했고 장기 투자자들은 대체로 관망세를 유지했다. JP모건은 2026년 전망이 개선되면 시장 반응이 긍정적일 수 있으나 "경영진이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만큼 명확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ASML에 대한 장기적인 우려 중 하나는 첨단 칩 생산을 위해 노광장비 외에도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와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야누스헨더슨의 리처드 클로드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최근 반도체 장비주를 늘려가고 있지만 증착과 식각 장비 생산업체들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 인프라 투자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는 엔비디아나 메모리 반도체업체들에 비해 ASML의 성장 동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며 "지정학적 요인과 중국의 장비 비축으로 인해 업황 사이클이 왜곡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급등세로 ASML의 2년 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8배로 올라 5년 평균치인 27배를 웃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