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 휴젤, 글로벌 CEO 영입으로 투톱 체제…'레티보' 美 상업화 가속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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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4. 오후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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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휴젤이 앨러간에스테틱스 출신인 캐리 스트롬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며 경영체제 전환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툴리눔톡신 '레티보'를 승인받은 뒤 미주에서 상업화에 시동을 건 가운데 본격적인 현지 안착과 브랜드 확장을 위한 조직재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장두현 CEO 단일체제에서 '한국 CEO+글로벌 CEO'의 투톱 구조로 바뀌며 내수 안정과 해외 확장 간 균형을 이룬 전략적 분권이 이뤄졌다. 보령 시절 매출 1조원 신화를 달성했던 장 CEO의 실행력에 보톡스·쥬비덤 포트폴리오를 이끌었던 캐리 CEO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해 미국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려는 의지가 분명해진 것이다. 이번 인사는 국산 톡신 기업이 수출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장두현·스트롬 투톱 체제 공식화
/사진 제공=휴젤
14일 업계에 따르면 휴젤은 앨러간에스테틱스 출신인 스트롬을 글로벌 CEO로 발탁했다. 이로써 지난달 보령에서 영입된 장 CEO와 투톱 체제를 이루게 됐다. 스트롬은 "재능 있고 헌신적인 휴젤 임직원, 이사회와 함께 일하게 돼 기쁘다"면서 "한국 내 리더십을 기반으로 글로벌 미용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해 전 세계 고객과 환자에 대한 서비스 기준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번 인사를 내수 안정화와 해외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으로 평가한다. 장 CEO는 국내 사업, 조직효율화, 재무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스트롬 CEO는 미국을 중심으로 북남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 확장을 총괄한다. 이에 내부 운영과 글로벌 현장을 각각 분리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각 지역의 사업 특성에 맞는 전략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려는 의도라는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글로벌 상업화 초기 단계에서 시장 대응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분권이 핵심으로 꼽힌다.

이번 글로벌 CEO 선임은 장 CEO의 안정화 전략에 해외 사업의 추진력을 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장 CEO는 보령제약 재직 시절 연매출 1조원 달성과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끈 인물로, 수익성 중심의 경영 스타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령에서 일할 당시 글로벌 진출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달 휴젤에 합류한 뒤에는 비용구조 개선과 생산효율화로 조직의 체질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는 한국 CEO가 제조·재무·조직효율성을 맡고 글로벌 CEO가 현지유통·브랜딩·파트너십을 담당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서도 드문 사례다. 동시에 단순한 역할분담을 넘어 글로벌 시장과 본사 간 의사결정 단계를 이원화하며 현지 경쟁사와의 속도전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휴젤이 내부효율 중심의 관리형 조직에서 글로벌 시장 대응형 구조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FDA 이후, 미국 상업화 본격 시동
/자료=휴젤 2분기 IR
투톱 체제 전환의 배경에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상업화 단계 진입이 있다. 휴젤은 지난해 2월 FDA 승인 이후 레티보의 상업화를 본격화해 올 들어 미주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2분기 톡신과 필러를 합한 북남미 매출은 13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89% 늘어났다. 아직 전체 매출의 14%에 불과하지만 시장에서는 미국 진출의 출발점이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매출이 올해 364억원, 내년 6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47.8%로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북미·중국 동시 성장세를 근거로 실적상향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CEO 영입이 북미 시장의 본격 상업화 국면에서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임을 보여준다.

스트롬 CEO는 앨러간에스테틱스에서 보톡스·쥬비덤 등 50억달러 규모의 포트폴리오를 총괄하며 미국 미용의료 시장을 20년 넘게 경험한 전문가다. 현지 의료 네트워크와 유통·브랜딩 전략에 정통한 그는 휴젤의 레티보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 안착하는 데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시장에서는 스트롬 CEO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현지 파트너십 강화와 직판모델 도입 등 복수의 유통전략에 대한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업계는 스트롬 CEO 영입이 북미 시장의 초기 상업화 단계를 '현지화 단계'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미용 시술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은 휴젤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최우선시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ISAPS)의 조사 결과 미국은 지난해 기준 보툴리눔톡신 시술 179만건, 히알루론산(HA) 필러 시술 123만건 등으로 전 세계 최대 미용의료 시장이 형성돼 있다.

조직 조화와 브랜드 정착이 관건
/그래픽=이승준 기자
향후 관전 포인트로는 '북미 현지화와 브랜드 정착 속도'가 언급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이자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을 가진 만큼, 단기실적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프리미엄 구축이 중요하다. 스트롬 CEO의 영입은 글로벌 톱티어 미용의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업계는 투톱 체제가 구조적 성장의 전환점이 될지를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투톱 체제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는 데는 '조직의 조화'가 관건이라고 본다. 글로벌과 국내 경영이 병행되는 만큼 의사결정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전략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본사 중심으로 운영돼온 국내 조직문화와 글로벌 사업 부문 간의 거리를 좁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에 스트롬 CEO의 현지 실행력과 장 CEO의 내실형 리더십이 조화를 이뤄야 글로벌 성장궤도에 안정적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미 글로벌 확장성과 수익성의 기반을 확보한 점은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보탠다. 올 상반기 매출은 2001억원, 영업이익률은 47.8%로 5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부채비율 13.6%에 유동비율 732%로 재무안정성도 고평가됐다. 연구개발(R&D)비 비중은 3.6%로 낮아졌지만 기술이 성숙 단계에 진입한 톡신·필러 중심의 포트폴리오 덕분에 효율적 투자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스트롬 CEO의 글로벌 역량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차석용 휴젤 이사회 의장은 "스트롬 CEO는 글로벌 메디컬에스테틱 산업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으며 변화를 주도해온 전문가"라며 "미주 지역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환기에 있는 휴젤의 미래가치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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