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여전히 회사채를 둘러싼 투자 심리가 올해 들어 최고조에 달한 만큼, 앞으로도 기업들의 자금 조달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증권신고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약일 기준 지난달 공모로 발행된 회사채는 9조229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4%(2조1490억원) 늘었다. 이는 청약일이 올해 9월 중이었던 일반 회사채를 비롯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까지 집계한 실적이다. 자산유동화증권이나 담보부 발행, 그리고 이외에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거래는 제외했다.
기업들도 적극적이었지만 투자 수요가 눈에 띄게 커지면서 발행 확대를 이끌었다. 공모채 발행에 나선 기업들의 최초 모집액은 5조7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8.9% 증가했다. 이에 대한 수요예측 규모는 31조5820억원으로 40.2%나 늘었다.
이에 공모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지난달 기업들의 최초 발행 희망액 대비 수요예측에 따른 일반 회사채 경쟁률은 평균 5.54대1로, 지난해 같은 달 기록인 4.70대1보다 높아졌다.
이런 와중 비우량채가 부쩍 몸집을 불린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 신용등급 A+ 이하인 비우량채 발행은 3조1820억원으로 56.7% 급증했다. AA- 이상인 우량채 역시 6조470억원으로 19.8% 늘었지만, 비우량채에 비하면 증가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이로써 공모채 시장은 휴가 시즌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일반적으로 8월은 회사채 시장의 계절적 비수기로 분류된다. 반기보고서 제출 전후로 한산해지다가 9월부터 발행이 재개되곤 한다. 실제로 지난 8월 공모채 발행량은 2조5970억원에 머물렀다. 전년 동월 대비 13.6% 줄어든 액수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은 발행 규모였다. 이전까지 월별 발행 금액은 △1월 9조7560억원 △2월 15조2400억원 △3월 7조2960억원 △4월 9조3830억원 △5월 3조1000억원 △6월 3조9460억원 △7월 4조5680억원 등을 기록했다.
올해 공모채 시장은 전반적으로 호황이다. 지난달까지 포함한 1~3분기에 이뤄진 공모채 발행은 총 65조14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늘었다. 기업들의 최초 모집액은 39조3990억원으로, 이에 대한 수요예측 주문은 222조940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7.0%와 17.7%씩 증가했다. 이 기간 공모 경쟁률은 5.14대1에서 5.66대1로 상승했다.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달 발행이 꽤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채를 향한 투심이 여전히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년물 기준 국고채 금리 대비 신용등급 AA-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달 말 44베이시스포인트(bp·1bp=1%포인트)로, 올해 들어서만 25bp 축소되며 연중 최저를 나타냈다. 이처럼 신용 스프레드가 좁아진다는 건 그만큼 회사채에 대한 투심이 좋다는 의미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본격적인 인하기로 접어들면서 회사채를 향한 투자 인기는 확대되고 있다"며 "연말로 갈수록 기업들의 공모채 발행 물량 자체가 추세적으로 줄긴 하겠지만, 금리 매력 등에 힘입어 예년보다는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