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그룹의 외가(外家)기업인 세우실업과 동주의 내부거래 향방이 주목된다. 이들 회사는 그룹의 주요 계열사로부터 내부거래 일감을 받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다만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로 그룹 계열사가 지배주주 개인 또는 가족회사와 거래하는 행위가 법에 어긋날 수 있게 되면서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국회 등에 따르면 1차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가 7월 공포 즉시 시행됐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됨에 따라 이사는 직무를 수행할 때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는 상장사의 내부거래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오너회사가 가족회사에 일감을 주는 것은 소액주주에게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소액주주가 기업의 자금 흐름을 감시할 수 있게 되면서 내부거래에 대한 통제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KCC그룹의 내부거래도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세우실업과 동주는 정몽진 회장의 외삼촌인 조병태 대표가 지배하는 기업이다. 세우실업의 주주는 감사보고서가 확인되는 2022년 말 기준 조병태 대표가 지분 63.9%를 가진 최대주주이며 나머지는 아내 유제희 씨와 두 자녀인 조수연, 조제형 씨가 보유하고 있다. 동주는 세우실업의 완전자회사다.
세우실업과 동주는 그룹 주요 계열사이자 상장사인 KCC와 KCC글라스 등에 포장용 플라스틱 성형용기와 골판지 등의 포장재를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세우실업의 2019~2023년 5년간 내부거래액은 365억원이며 같은 기간 동주의 내부거래액은 469억원에 달했다.
동주는 주로 KCC에서 일감을 받고 있으며 2022년 77억원, 2023년 92억원 등을 기록했다. 세우실업은 주로 KCC글라스의 일감을 받았고 2022년 44억원, 2023년 50억원 등이다. 이밖에 KCC실리콘도 외가기업에 일감을 주고 있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로 소액주주가 내부거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면 이사가 이를 소명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소액주주가 외가기업에 대한 내부거래를 지적한다면 권익 침해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KCC의 소액주주 수는 6월 말 기준 1만9951명으로 전체 주주의 99.90%에 해당하며 이들의 지분율은 36.53%다. KCC글라스의 소액주주 수는 전체 주주의 99.97%에 해당하는 2만7134명으로 지분 50.97%를 갖고 있다.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국정기획위원회 등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내부거래 제재는 점차 강화될 전망이다. 상법 개정 등 내부거래 규정이 점차 강화됨에 따라 계열분리가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KCC는 2018년 외가기업의 계열 편입 당시 공정위에 이의신청하기도 했다.